자산총액 기준 상위 30대 기업집단에 국한해 보더라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독점·집중화 추세가 뚜렷이 확인된다. 극심한 구조조정 격변을 거치며 시장에서 많은 기업이 퇴출되고 새로운 기업들이 진입했음에도 상위 기업집단들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은 경제위기 이후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의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은 2011년 현재 55개(이들 기업집단이 참여하고 있는 업종은 국민경제의 총 1천131개 업종 중 626개)다. 제조업만 따로 보면, 2010년 현재 기업집단 소속 계열기업으로서 시장점유율 1위 업종은 숫자상으론 24.2%인데 해당 업종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6%로 급증했다. 2008년까지만해도 제조업 상위 30대 기업집단의 매출액 비중은 30%대 초반으로 90년대 중반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그 비중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해 2010년엔 45.5%, 2011년 47%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재형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위원은 “2000년대 말부터 우리 경제의 반도체·휴대폰·자동차 등 주력산업에서 극소수 초대형 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진 반면, 그 외 다른 기업의 성장세는 둔화된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자동차·휴대폰 등 주력산업에서의 독과점 추세와 현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관점도 있다. 경쟁적 시장구조가 반드시 효율적인 건 아니라는 시각이다. 산업연구원 최현경 기업정책팀장은 “글로벌 위기 이후 경제불황과 침체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력산업에서 독점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도체·자동차 등은 세탁소와 달리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진입해 들어오기 어렵고, 경쟁이 강화된다해도 가격이 떨어져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연구원의 조철 주력산업연구실장도 “이런 산업에선 이제 국내기업간 집중도보다는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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