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재정 악화 대응은 ‘부자 증세’

국회예산정책처 ‘OECD 세제 보고서’
금융위기 이후 고소득층 선별 증세
20개 회원국, 소득세 최고세율 올려

포르투갈 14.5%p 가장 큰 폭 인상
스웨덴 최고 56.7%…한국은 41.8%
법인세는 12개국서 최고세율 인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상당수 회원국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 구제금융 등으로 나빠진 재정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소득층 증세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린 나라가 올린 나라보다 조금 더 많았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국가들의 세제개편 동향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3년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 소득세 최고세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41.4%)보다 1.9%포인트 높은 43.3%(지방세 포함)로 조사됐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2000년대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2009년 41.4%로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로 돌아섰다.

2009~2013년에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린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프랑스, 영국 등 20개에 이른다. 포르투갈이 42%에서 56.5%로 가장 큰 폭(14.5%포인트)으로 올렸다. 스페인(9%포인트), 슬로베니아(9%포인트), 프랑스(8.7%포인트), 그리스(6%포인트), 슬로바키아(6%포인트), 영국(5%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38.5%에서 41.8%로 3.3%포인트 인상했다. 인하한 국가는 헝가리(20%포인트)와 뉴질랜드(5%포인트), 덴마크(3.4%포인트) 등 3개 국가에 불과했다. 헝가리가 소득세 최고세율을 20%포인트 대폭 인하하면서 평균값을 끌어내려, 오이시디 최고세율 평균은 1.9%포인트 인상되는데 그쳤다.

2013년 기준으로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스웨덴(56.73%)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가장 높았고,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 오스트리아 등 12개 나라가 50%대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41.8%로 오이시디 국가 중 23위였다.

국가채무비율 상승폭이 큰 국가일수록 소득세 최고세율의 인상폭도 컸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 재정상황이 악화되자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높이는 등 선별적 증세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가가치세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오이시디 평균이 1.5%포인트 올랐다. 오이시디 국가 중 19개국이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했다. 특히 영국과 일본이 각각 5%포인트, 3%포인트 올렸다.

반면 법인세의 경우 2014년 오이시디 평균 최고세율은 25.3%로 2009년(25.7%)에 견줘 0.4%포인트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12개 나라가 최고세율을 인하했다. 영국이 28%에서 21%로 7%포인트 인하해 가장 많이 내렸고 핀란드(6%포인트), 캐나다(4.7%포인트), 스웨덴(4.3%포인트) 등이 뒤를 따랐다. 보고서는 “오이시디 주요 국가들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 투자와 고용, 연구개발 관련 세제혜택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세 부담을 낮추는 대신 국제 조세회피 방지에 주력해 세수낭비를 줄이고자 했다”고 분석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한 국가도 8개에 달했다. 포르투갈이 26.5%에서 31.5%로 5%포인트 올렸고, 아이슬랜드도 15%에서 20%로 5%포인트 인상했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4.2%로 금융위기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오이시디 국가 중 20위로 낮은 편이다. 보고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재정여건이 양호하기는 하나, 최근 경기부진과 고령사회로 인해 복지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재정건전화를 위한 중장기적 세제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소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