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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계 대표 창구, 전경련서 대한상의로

등록 2015-02-23 20:26수정 2015-02-23 21:10

구심점 잃은 전경련…전면 나서는 대한상의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5대 경제단체의 수장이 이번주에 일제히 새 임기를 맞거나 교체된다. 재벌 3세들의 잇단 ‘일탈’과 대기업 ‘갑질’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사회경제적으로는 ‘공정한 동반성장’ 요구가 고조되는 흐름과 맞물려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전통적으로 맏형 격으로 여겨지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위상이 약화되는 반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지위가 높아지는 등 경제단체 내부의 질서 변동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경제 5단체장 이번주 대거 교체 속
연임 확실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서울 부회장단에 새얼굴 다수 영입
정치권·정부 대화채널도 도맡아
전경련은 개혁보다 조직 방어 치중
경총은 경제관료출신에 회장 맡겨

서울상공회의소는 24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박용만(60) 현 서울상의 회장을 만장일치로 연임·추대할 예정이다. 관행에 따라, 서울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도 맡게 된다. 이어 27일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새로 선출되는 등 이달에 임기가 만료되는 5대 경제단체 수장들의 새 진용이 확정된다. 전경련은 지난 10일 허창수(67) 현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재선임했고, 한국무역협회는 오는 26일 김인호(73)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을 새 회장으로 선임한다. 같은 날 열리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정기총회에선 박병원(63)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박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는 경제단체의 대표 집합체로서 위상을 안팎에 과시하고 있다. 경제계 대표 창구가 기존 전경련에서 대한상의로 바뀌는 양상은 새해 들어 확연하다. 지난 13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가 경제단체 방문지로 대한상의를 찾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경제계 간담회(1월26일), 대통령 초청 경제계 신년 인사회(1월6일)까지 대한상의가 도맡았다.

5대 경제단체 회장 선임 현황.
5대 경제단체 회장 선임 현황.
‘튀는 박용만 회장’에 대한 재계의 내심 불편한 심기와 경계 속에서 박 회장은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서경배(52)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을 비롯한 60살 이하 부회장 5명을 가세시키며 ‘젊은 상공회의소’로 바꾸고 있다. 전경련이 정보기술(IT) 쪽 신진 기업(가)들을 회원사로 ‘모시려’ 시도했으나 한사코 고사해 실패해온 것과 대조된다. 외부의 어떤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제계 내부에서 재계 구심점이 전경련에서 대한상의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경제단체는 단순 친목모임이나 이익단체만의 성격을 넘어선다. 정부와 기업 간의 긴밀한 협의 채널로서 주요 경제·산업 정책을 조율하고, 때로는 회원기업 간 ‘사업 빅딜’도 교통정리하는 등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힘으로 작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치자금 같은 음습한 정경유착 이미지가 형성되기도 했다.

한발 뒤로 밀려나고 있는 전경련은 위상 추락 속에 자매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필두로 여전히 ‘자유시장과 자유기업’을 주창하며 조직 방어에 고투하고 있다. 1961년 설립 때부터 재벌 총수 중심으로 구성된 전경련은 “재벌의 불공정 사업 행태를 혁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한 채 회원기업들의 내부 개혁을 이끌어내는 데 둔감했다”는 지적이 재계 일각에서 나온다. 대한상의 고위 간부는 “정치인이 전경련부터 방문하면 ‘갑질 하는 재벌기업 단체에 간다’는 비판을 듣기 십상이고, 그래서 이제 대한상의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화 시대에 찍힌 낡은 이미지를 탈각하지 못한 채 조직적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조직 유지·확대’에 골몰해 노사관계에서 대기업 회원사의 이해만 앞세웠을 뿐,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회원기업의 과도한 요구를 중앙에서 조정하는 역할은 방기했다는 지적을 듣고 있는 터다. 이번에 경제관료 출신인 박병원씨가 ‘자의 반 타의 반’ 경총 회장직을 맡게 된 사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어느 특정 경제단체의 위상이나 패권 변동, 또 경제단체 수장의 개인적인 ‘파격 스타일’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박용만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양의 해다. 양의 부드러운 털은 사람들의 추위를 막아주었다”고 말했다. 바뀌는 경제단체 수장들이 ‘사회경제적 약자의 추위를 막아주는 기업’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새로 표방하고, 그 방향으로 수천개 회원기업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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