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협·산림조합 후보등록 마감
4000여명 등록…3대1 경쟁률 예상
4000여명 등록…3대1 경쟁률 예상
“선거하는 것 맞나요? 선거법이 너무 엄중하다 보니, 여기 겉으론 굉장히 조용합니다. 속으론 난리겠지만….”
3월11일 실시되는 사상 첫 ‘농·축·수협 산림조합장 전국 동시선거’를 앞두고 25일 후보등록이 마감된 가운데, 충남 부여군의 한 농부는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동시선거 대상 조합은 농·축협 1115곳, 산림조합 129곳, 수협 82곳 등 총 1326곳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3073명이 등록해 평균 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4000명가량의 후보자가 나서 약 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 후보들은 26일부터 투표 하루 전인 3월10일까지 공식 선거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미 몇개월 전부터 일부 후보자들의 돈봉투 살포 등 탈법·불법 선거운동 사례가 잇따라 불거져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는 등 제재가 이뤄졌다. 기부 행위 제한이 시작된 지난해 9월2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위법행위 329건을 적발해 68건을 고발하고 13건을 수사의뢰했다.
이번 선거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크게 제한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후보자는 혼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운동원이나 선거사무실을 두는 것은 물론, 펼침막을 설치하는 것도 안 된다. 자신을 알리는 어깨띠를 두르고 유권자한테 직접 명함을 돌리거나 개별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것만 가능하다.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는 보낼 수 있으나 음성·화상·동영상을 전송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특히 집회를 이용해 정견을 발표하는 등 집단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불법으로 엄벌에 처해진다.
이는 지난해 8월 제정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여러 협동조합의 첫 동시선거를 위해 제정된 것인데 사실상 정책선거 대결을 어렵게 해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와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학자들은 지난해부터 합동연설회를 허용하도록 조합장 선거제도의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게 13일인데 후보자는 명함밖에 돌리지 못한다. 새로 나온 후보가 자기나 자신의 정책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정책선거가 봉쇄되고 돈선거가 조장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규제들이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선거관리국 관계자는 “농협의 경우 합동연설회가 빠진 것 빼고는 과거 선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후보자들은 농협 홈페이지에 들어가 연설문 등을 게재할 수 있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년층이 많은 농민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자나 그의 정책을 알도록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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