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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산 포도주 한번 마셔볼까?

등록 2015-03-01 15:59수정 2015-03-01 22:25

포도주. 박미향 기자
포도주. 박미향 기자
[경제의 창] 눈길 끄는 국내 3대 포도주 생산지
보르도와 부르고뉴, 샹파뉴. 포도주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프랑스의 대표적 포도주 생산지들이다. 독일의 포도주 생산지로는 모젤을 들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키안티도 포도주 애호가들에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 한국 대표적 포도주 생산지는 어디일까? 포도주 애호가를 자처하는 사람도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서 대표적 포도주 생산지로 꼽히는 곳은 충북 영동과 경북 영천, 전북 무주다. 규모가 작지만, 포도밭을 갖추고 있고, 각 지역의 특산 포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3곳의 2014년 매출액은 100억원가량으로 국내산 포도주 전체 매출액 150억원의 3분의 2에 이른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포도주 산지는 충북 영동이다. 영동에는 1996년 6월 ‘와인코리아’가 설립됐고 이때부터 포도주 산업을 시작했다. 와인코리아는 현재 매년 12만병을 생산하는 최대의 국내산 포도주 생산 기업이다. 영동은 2220헥타르의 포도밭을 갖고 있으며, 전국의 12%인 3만3000t 정도의 포도를 생산한다. 이 가운데 200t 정도가 44개 제조장에서 사용돼 1년에 20만병의 포도주를 생산한다. 영동은 2006년부터 와인 트레인, 2010년부터 와인 페스티벌, 2012년부터 와인 농가 체험장을 운영 중이며, 2014년엔 와인 연구소도 문을 열었다.

충북 영동, 가장 오랜 역사 자랑
경북 영천, 후발 주자임에도 매출 1위
전북 무주, 고유한 맛과 재료

“세 지역 서로 다른 포도주로 경쟁”
“국산 포도주, 짜고 매운 음식에 잘 맞아”

영동 포도주는 캠벨 품종을 사용한다. 주로 생과일로 먹는 품종인 캠벨은 달콤한 향이 아주 강하다. 적, 백, 로제, 스파클링 포도주를 만드는데, 주종인 적포도주는 맛이 강하지 않아 한식이나 고기와 잘 어울린다. 캠벨은 당도가 낮고 신맛이 강해 수확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당도를 높이고 있다. 오명주 영동군 와인팀장은 “캠벨 포도주에 무게감과 떫은맛, 짙은 빛깔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주의 머루 포도주나 블루베리 와인을 섞어(블렌딩) 이를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1병(750㎖)에 1만5000원에서 8만원 정도다.

그래픽 이임정 기자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경북 영천은 2005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후발 주자지만 가장 많은 포도주를 생산하는 곳이다. 2014년 18개 제조장에서 25만병을 생산해 35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림으로써 생산량과 매출액에서 전국 1위였다. 늦게 출발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산학연 네트워크를 구성해 발전을 꾀하고 있다. 대학으로는 경북대·대경대·경희대, 연구소로는 국립농업과학원·국제소믈리에협회·한국식품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또 18개 제조장 모두가 씨엘(Ciel)이라는 공통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영천시 전체를 프랑스 보르도 같은 포도주 밸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영천 포도주의 품종은 머스캣 베일리 에이(MBA·일명 ‘머루 포도’)이다. 이는 생과일 상태로도 먹지만, 비교적 당도가 높고 떫은맛이 있으며, 빛깔이 짙은 편이어서 포도주 제조용으로도 괜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재현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은 “적포도주 품종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유명하지만, 한국에 심으면 그 맛과 향이 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머스캣은 우리 풍토에 맞는 품종”이라고 말했다. 류경규 영천시 와인산업 담당도 “이 품종은 당도가 높아 추가로 당분을 넣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현재 적, 백, 로제, 아이스 포도주를 생산하는데, 가격은 1만5000원에서 5만8000원까지다.

전북 무주의 머루 포도주는 1997년 덕유양조로부터 시작됐고, 현재 5개 업체가 엇비슷한 규모로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다. 2014년 267톤의 머루를 사용해 17만병 정도를 생산했으며,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5개 업체는 덕유양조와 무주칠연양조, 샤또무주, 무주군산림조합, 산들벗이다. 무주 머루 포도주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2009년에 문을 연 ‘머루 와인 동굴’이다. 포도주 저장, 숙성, 판매 시설을 갖춘 3722㎡의 이 동굴은 2013년에 100만명의 관광객, 50억원의 매출을 돌파했다.

무주의 머루 포도주는 원재료와 포도주의 고유성이 강한 가장 한국적인 포도주로 평가된다. 야생 포도인 머루는 학명이 비티스 아무렌시스(Vitis amurensis·아무르 포도)로 동북아시아가 원산지다. 따라서 원재료는 물론이고, 포도주 역시 강한 고유성을 가졌다. 또 머루는 안토시아닌과 탄닌 함량이 높아서 빛깔이 짙고 떫은맛이 강한데, 이것은 술 제조용으로 적합한 특성이다. 이 점 덕에 영동이나 영천 포도주의 블렌딩 용도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당도가 낮고 신맛이 강한 점은 단점이다. 적, 로제, 단맛과 달지 않은 맛이 있으며, 1병에 1만5000원에서 2만원 정도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장은 “세 지역이 서로 다른 포도주를 만들면서 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 영동은 인지도가 높고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다. 영천은 자연 조건이 좋고 조직적으로 일한다. 무주는 머루라는 좋은 재료를 쓴다”고 평가했다. 김옥미 대경대 와인커피바리스타학과장은 “캠벨과 머스캣으로 만든 한국 포도주는 맛이 가볍고 신선한데, 이것은 짜고 매운 우리 음식과 잘 맞는다. 포도주는 떫고 무거운 맛이라는 선입견을 버리면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기 와인생산자협회 이사는 “어쩌면 우리 풍토에는 적포도주보다는 백포도주가 맞는지 모른다. 독일에서 백포도주가 발달한 것도 바로 기후 때문이다. 우리 땅과 포도의 특성을 고려해 포도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그래픽 이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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