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 회원들이 2014년 6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서 ‘고작 300원 수준에서 노동자의 삶을 흥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차라리 해체하라!’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여성·비정규직에서 저임금 청년들의 이슈로
지자체서 시행중인 ‘생활임금’ 조례도 변수로 떠올라
지자체서 시행중인 ‘생활임금’ 조례도 변수로 떠올라
새누리당과 정부가 지난 6일 내수 진작과 소득 분배 개선을 위해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협조하기로 밝힌 가운데, 근래 들어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논쟁 지형이 바뀌고 있다. 양대노총 등 기존 조직 노동단체뿐 아니라 최저임금 적용의 주요 당사자로 점점 그 숫자가 늘고 있는 저임금 청년취업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시행중인 생활임금제도가 큰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의 당사자가 전통적인 여성·비정규직·영세기업에서 이제는 저임금 청년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저임금 청년들이 최저임금의 주요 이해당사자로 새로 부각되면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정책적 목표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정치권과 청년단체 쪽의 발언과 내용이 강해졌다”며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청년유니온 등)청년층 대표단체들의 목소리가 기존 양대 노조단체에 묻히지 않고 보다 선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이 시행중인 ‘생활임금’조례도 최저임금 결정에 직간접적인 변수로 떠올랐다. 전국에 적용되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생활임금을 조례로 제정한 지자체는 서울시·경기도·서울 성북구·노원구·경기 부천시 등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이 적정 생활수준보장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기되었다”며 “생활임금은 ‘공정 임금’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진 셈”이라고 말했다. 각 지역에서 생활임금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자연스럽게 ‘낮은 최저임금’이라는 사회적 기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예전부터 사용해온 ‘단신가구 근로자 (최저)생계비’라는 최저임금 산출·결정기준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막판에 “100원 더 올리자, 내리자”하며 주고받기 식으로 최종결정해온 관행에서 벗어나, 최저임금을 (2인 이상) 빈곤층 가구의 주요 임금소득원 중 하나로 봐야 한다는 요구다. 이장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비정규직이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기대감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이제 그 적용 대상자뿐 아니라 광범위한 저임금 근로자들이 기댈 수 있는 보편적이고 중요한 노동기준으로 변화중”이라고 말했다. 임금불평등과 소득분배구조 악화 속에 바야흐로 최저임금의 사회적 관심이 최저 노동력 재생산비용을 넘어 사회보장 및 분배정책 측면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은 “지난 수십년간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 혹은 긍정적 효과를 초래하는지를 둘러싸고 노동경제학자들 사이에 숱한 실증분석과 논쟁이 있었으나 이는 정책입안자나 저임금 노동자에겐 흥미로울 게 없다”며 “최저임금 논쟁은 저임금노동자 생활조건 개선에 맞추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올해 최저임금(현행 시간당 5,580원) ‘1만원’ 쟁취를 내걸고 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00년 이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크다. 최저임금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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