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종병기 활’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방전요속’(放箭要速). “뒷손이 화살을 놓는 순간을 앞손이 알지 못할 정도로 조금도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쏴야 한다.” 목표를 봤으면 활을 당기는 즉시 빨리 쏴야한다는 말로, 과도하게 조준에 몰두하다보면 오히려 근육이 경직되고 호흡이 부자연스러워지게 된다는 전통 활쏘기 비법이다.
8일 엘지(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거대 기업도 스타트업처럼, 먼저 쏘고 나서 겨누어라’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혁신 제품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야말로 ‘신중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제프리 이멜트는 2~3년 전부터 ‘준비-발사-조준’을 새로운 제품혁신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덜 완성된 초기 버전의 제품·서비스라도 시장에 좀더 빨리 노출시켜서 유용한 피드백을 조기에 더 많이 얻고, 이를 토대로 민첩하게 필요한 방향전환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GE에선 2014년말 현재 헬스케어 등 모든 사업에 걸쳐 이런 방식의 혁신프로젝트가 3백개 이상 진행되고 있다.
물론, 변화가 느리고 제품 스펙경쟁을 벌이는 시장에선 신중한 분석·예측으로 결정적인 ‘한방’을 노리는 접근법이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어느 산업·제품을 막론하고 고객 요구와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고 제품사이클이 극도로 짧아진 지금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런 시장에선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라도 ‘최상의 타이밍’을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전쟁론>을 쓴 클라우제비츠는 “아무리 훌륭한 전투 계획이라도 첫 포성이 울리는 순간 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다”고 충고한 바 있다. 이를 경영에 접목하면, 제품의 시장출시 타이밍을 놓친 기업에게 “조금 더 나은 제품 개발 계획이 있었다”는 변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엘지경제연구원 강진구 연구위원은 “성공하는 기업은 계획·분석하느라 정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돌다리를 두드려보기만 할 뿐 결국 건너지 않다가는 경쟁에 밀리기 십상”이라며 “기회의 가능성을 확인하거나 반대로 허상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당장’ 실제로 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을 과감히 건너뛰고 발사부터 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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