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 회원들이 지난해 6월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내수를 살리려면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청와대와 여야가 힘을 보태겠다고 나서면서 최저임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정치권이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9년 만에 두자릿수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 법제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아,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임시국회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6월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국회 자료를 보면, 고용노동부,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20건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최대 쟁점은 ‘최저임금 기준’의 법제화다. 문재인·이인영·심상정 의원 등은 최저임금이 최소한 전체 노동자 평균 정액급여(또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은 돼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최저임금 수준이 낮아 저임금 노동빈곤이 심각한 만큼, 법으로 하한선을 두자는 얘기다. 지금은 매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듬해 적용할 최저임금을 정한다. 2013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은 월 101만5740원(시급 4860원, 209시간 기준)으로, 전체노동자 평균 정액급여 월 214만원의 47.5% 수준이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5인 이상 상용노동자 평균 정액급여(월 257만8000원)와 견줘서는 39.4%에 머물고 있다.
반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법으로 하한선을 못박는 데 부담을 갖고 있다. 지난달 10일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고용노동부 고영선 차관은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는) 경직적인 방법보다는 경제 상황에 따라 현실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법에 반영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도 반대하고 있어 법안이 2012년 발의됐지만, 3년 동안 흐지부지되고 있다.
4월 국회·6월 최저임금위, 정부·정치권 시험대
18건 개정안 상임위 계류중
하한선 제정 등 제도개선 시급
9년만에 인상률 두자리 점쳐져
적용 못받는 227만명도 해결해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당·정·청 회의 결과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과정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그대로 하되 당정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 9명씩 27명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노사가 합의하는 사례가 적어 공익위원이 내놓은 안이 의결되는 경우가 많다. 공익위원은 노동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돼 있어 정부의 분위기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최근 분위기로 볼 때 올해 회의에서는 9년 만에 인상률이 두자릿수에 이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저임금은 2000~2014년 15년 동안 두자릿수 인상이 5번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12.3%)이 마지막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2013년 7.2%, 지난해 7.1% 인상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저임금계층은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임금불평등과 저임금계층의 비중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최저임금”이라며 “최저임금을 올려 임금불평등과 저임금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간 대립은 팽팽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00년 이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크다’고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8명에 1명꼴인 227만명이나 되는 것도 정부와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실제 적용이 되지 않으니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내놓은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2014년)를 보면, 정부가 관리·감독하는 공공부문에서도 최저임금을 밑도는 급여를 받는 노동자가 14만명이나 된다.
무엇보다 노동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최저임금 위반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3년 노동부는 1만3280곳을 점검해 위반사항이 6081건이나 됐지만 사법처리는 12건에 불과했다. 한정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사업주가 최저임금보다 적게 돈을 지급했을 때 10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심상정 의원은 처벌규정을 3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냈다.
김소연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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