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들에 임금인상 독려에도
삼성전자 임금동결…엇박자 보여
정책패키지 10조원 상반기 투입키로
한은, 가계부채·자본유출 우려 ‘고민’
삼성전자 임금동결…엇박자 보여
정책패키지 10조원 상반기 투입키로
한은, 가계부채·자본유출 우려 ‘고민’
정부는 현 경제상황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경기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임금 인상을 촉진하고,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않으면 저성장 구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퍼져 있는데다,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는 경고가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탓이다.
9일 기획재정부의 말을 종합하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운용중인 46조원 정책패키지 중 아직 쓰지 않은 15조원 가운데 10조원을 최대한 조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사업자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주는 보조금과 교부세도 빠르게 집행하는 등 내수회복에 주력하고 기업에는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있다. 최저임금도 대폭 인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 변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2.3% 올랐기 때문에 현재의 단계를 디플레이션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경기회복을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책패키지를 통해 30조원의 자금을 풀었으나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데다, 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활성화도 기업과 엇박자가 나고 있어 벽에 부딪힌 상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최 부총리가 지난 7월 취임 이후 강조해온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기침체 탈출’을 무색하게 한 결정이었다. 기재부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내심 희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12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초 급락한 경기지표와 저물가, 국제적 통화완화 기조를 명분삼아 시장과 정치권, 정부, 언론이 거의 ‘여론몰이식’으로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 나서고 있어서다. 정부가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예고한 가운데,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등 핵심 경제지표가 기존의 예상치를 상당 폭 밑돌 것으로 판단된다면 한은으로서도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금리 인하에 따른 만만찮은 거시경제적 위험요소들이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하는데다 최근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게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에 가장 큰 제약 요인이다.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빨리 6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미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자칫 자본유출로 인해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행동 반경을 좁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금융시장에서는 3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향후 추가 금리 인하를 점치는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들어 변화한 대외여건과 경기 상황을 반영해 수정 경제 전망을 내놓은 4월 금통위에서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 하향 조정과 함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소연 김수헌 기자 dand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