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업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한 찬성률이 무려 99.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경영진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못한 채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대표 박주근)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사 중에서 지난 6일 현재 주총소집공고를 제출한 37개 그룹 167개 상장기업에 속한 사외이사 692명의 활동 내역을 조사한 결과, 3774건의 안건에 대해 행사한 총 1만3284건의 의결권 중에서 99.69%(1만3243건)가 찬성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발표했다. 찬성이 아닌 41표 가운데 반대는 13표였고, 나머지 28표는 유보·보류 등이었다.
이같은 사외이사 찬성률은 공정위가 지난해 발표한 2013년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계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 99.74%보다 0.05%포인트 낮은 것이지만, 큰 차이는 없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상장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지난해 4월 현재 49.6%로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높지만, 대주주와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외이사의 찬성률이 100%를 기록한 그룹도 37개 중에서 25개로 68%에 달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진 등 4개 그룹이 찬성률 100%를 기록했다. 10대그룹 이하에서는 찬성률 100%인 그룹이 더 많았다. 11~20대 그룹에서는 케이티, 두산, 신세계, 씨제이, 엘에스, 금호아시아나, 동부 등 7곳이, 21~30위 그룹에서는 5곳이 찬성률 100%였다.
사외이사들이 행사한 13건의 반대표 중에서는 한화가 한화생명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선임 반대건을 포함해 5건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는 용인 오토벨리 신축공사 사업비 대출 신용공여건 등 4건의 반대가 있었다. 그 다음은 동국제강 2건, 엘지와 오씨아이가 각각 1건씩 반대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평균 94%였다. 이는 공정위가 발표한 2013년도 사외이사 참석률 93%보다 1%포인트 높은 것이다. 사외이사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4900만원이었고, 그룹별로는 삼성이 7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도 10대그룹의 경우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 중에서 정부부처 장차관, 판사 및 검사, 공정위와 국세청의 전직 관료 등 권력기관 출신이 40%를 차지할 전망이어서, 사외이사가 경영진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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