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사건 일지
경영권 변칙승계 첫 사법 잣대
유죄땐 이건희회장 수사 불가피
유죄땐 이건희회장 수사 불가피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37)씨 등에게 헐값으로 넘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삼성에버랜드(당시 중앙개발) 임원 2명에 대한 선고 공판이 4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관계자는 2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선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도 “변론재개 신청을 다시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삼성의 경영 지배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따지는 첫 사법 판단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파장=삼성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씨로의 경영 지배권 승계 과정에서, 도덕적인 문제는 있을 수 있으나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말해 왔다. 4일의 선고 공판은 이런 삼성의 주장이 맞는지 그른지를 법적으로 가리는 첫번째 무대다.
법원이 유죄 판결을 하면 경영 지배권 승계와 관련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에 대한 검찰의 추가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법원에서 유죄가 나오면 헐값으로 전환사채를 배정한 것에 관한 공모와 지시 여부 등을 수사해야 한다”며 “이 회장이 어떻게 관련됐는지,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검찰 수뇌부도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유·무죄 판단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2003년 12월 삼성에버랜드 전·현 사장인 허태학(61)·박노빈(59)씨를 기소할 당시 “공소시효를 7년으로 판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일단 일부 관련자들에 대해 기소한 뒤 공소시효를 정지시켰다”며 “사전 공모나 이 회장의 지시 여부는 앞으로 수사할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방=2000년 6월 곽노현 방송대 교수 등 법학 교수들은 이 회장 등 당시 중앙개발 이사들과 중앙개발 지분을 갖고 있던 업체들의 대표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최소한 주당 8만5천원에 거래되던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의 헐값에 넘겨 회사에 적어도 96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허씨와 박씨를 기소한 뒤 양쪽은 법정에서 날카롭게 맞서 왔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어난 위법행위”로 규정한 반면, 삼성 쪽은 “경영상 판단에 따라 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삼성 일가를 위해 여러 절차를 어기면서 헐값에 전환사채를 발행한 행위는 회사와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이라며 “이 회장으로부터 이재용씨에게 삼성그룹의 경영 지배권을 승계시키는 흐름에 직접 연계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죄”라고 말했다. 검찰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을 앞두고 급히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주주 25명이 모두 실권할 확률이 2의 25제곱분의 1인 점으로 볼 때 경영권 승계를 위해 철저히 계획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 쪽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된 뒤 기존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한 실권 전환사채를 이재용씨가 인수한 것일 뿐”이라며 “주주들에게 실권을 종용하거나 실무자에게 이와 관련한 지시를 내린 일이 없으므로 무죄”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심리가 더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선고를 계속 미뤄 오며, 중간에 재판부가 바뀌기도 했다. 황상철 고나무 기자 rosebud@hani.co.kr
이에 대해 삼성 쪽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된 뒤 기존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한 실권 전환사채를 이재용씨가 인수한 것일 뿐”이라며 “주주들에게 실권을 종용하거나 실무자에게 이와 관련한 지시를 내린 일이 없으므로 무죄”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심리가 더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선고를 계속 미뤄 오며, 중간에 재판부가 바뀌기도 했다. 황상철 고나무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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