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한국 경제가 식어간다. 성장추세가 꺾이고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다. 내수에서 가계부채, 청년일자리, 기업·제품의 혁신까지 모두 매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24일 <한겨레>와 여의도 엘지(LG)경제연구원에서 한 인터뷰에서 김주형(60·사진) LG경제연구원장은 “한국경제가 기업조직이든 제품에서든,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 또 갈등의 사회적 조정에서든 혁신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여러 경제·사회영역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경고음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저성장 추세 등 전환기에 들어선 우리 경제의 동향을 진단하고 합리적 묘약을 제시하는 ‘차분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올초부터 민간경제연구소장들을 만나고 있다. 김 원장(경제학 박사)은 1989년 엘지경제연구원에 들어와 2007년부터 원장을 맡고 있다.
“내수가 성장기반 자리 못잡으면
우리 경제 활력 잃고 식어갈 것
청년에 안정적 일자리 제공
사회적 투자 관점에서도 효율적” -가계와 기업, 정부까지 경제주체들 사이에 내수 기반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수 기반 성장모델은 제조업 수출주도 성장과 달리 사회적 성숙과 타협을 필요로 하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수출은 공급자는 국내에, 수요자는 해외에 있으므로 공급자인 기업만 (정부가)지원해주면 되었다. 하지만 내수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국내에 있어서 시장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정치적·정책적으로 풀기 매우 어렵다. 예컨대 전기를 쓰는 소비자로서 국민은 값싼 전기를 요구하는 반면, 기업으로서 한전은 수익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양쪽을 다 고려해야 한다. 합리적으로 설득·조정하는 사회적 역량이 요체로 등장한다. 타협이 없으면 실행도 어렵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자기 주장만하며 맨날 싸우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 우리에게 닥친 도전이 그만큼 어렵다.” -지금 경제팀은 소득기반 확충과 재정을 동원해 내수를 끌어올리려 한다. “내수가 수출과 함께 균형성장 기반으로 자리잡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고 점차 식어갈 것이다. 돈을 풀어 돈의 힘으로 수요를 부추기는 것만으론 내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내수의 ‘공급’, 즉 내수 제품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즉 소비 가치를 높이는 제품·서비스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돈을 더 줘도 삼시세끼를 더 먹는 건 아니다. 한번 먹더라도 더 좋은 식사를, 더 좋은 보건의료를 원한다. 내수가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해야 오히려 제품수입도 늘어나 환율절상 압박도 완화된다. 금리인하나 재정정책을 통해 돈을 푸는 정책은 단기 효과는 있을지라도 크게 위축된 경제를 조금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저성장 추세를 바꿀 순 없다. 추세를 옮기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저성장 기조는 경기순환 요인이 큰가, 구조적인 것인가? “추세를 보면 2013년 1분기가 경기순환에서 우리 경제의 저점이었다. 그 뒤 쑥 살아나야 하는데 미미하게 좋아지는데 그치고 있다. 이미 우리 경제의 성장추세 자체가 꺾인 게 아닌가, 두려움이 있다. 지금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성장률 3% 중반대’가 한 10년 지나서 보면 아, 그때 이미 꺾였구나하고 알게 될지 모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간혹 ‘디플레 위협’을 발언하는 근저엔 장기불황의 그림자를 스스로 느끼고, 이를 뒤집으려고 확장적 재정 등 뭔가를 서둘러 해야한다는 다급함이 깔려있는 듯하다.” -저소득층 가계부채 위험 경고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금리 통화정책만 동원해 해결하기 어렵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저소득층 대출채무자는 금리가 높든 낮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부채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쪽의 채권·채무 동기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본 뒤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채무자와 은행이 담보주택 가격의 하방위험을 공유·분담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금융당국이 적정 자본건전성을 규제할 때 이런 위험분담 요소를 넣어 (빚 위험을 대출자만 끝까지 일방적으로 떠맡게 해온)금융기관의 관행을 바꾸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일자리와 복지증세의 해법은?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잠재적 노동력인 젊은이에게 실업이나 시간제 일자리같은 고통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30년 넘게 더 일하며 경제의 생산을 책임질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사회적 투자의 관점에서도 효율적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우리 경제 활력 잃고 식어갈 것
청년에 안정적 일자리 제공
사회적 투자 관점에서도 효율적” -가계와 기업, 정부까지 경제주체들 사이에 내수 기반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수 기반 성장모델은 제조업 수출주도 성장과 달리 사회적 성숙과 타협을 필요로 하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수출은 공급자는 국내에, 수요자는 해외에 있으므로 공급자인 기업만 (정부가)지원해주면 되었다. 하지만 내수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국내에 있어서 시장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정치적·정책적으로 풀기 매우 어렵다. 예컨대 전기를 쓰는 소비자로서 국민은 값싼 전기를 요구하는 반면, 기업으로서 한전은 수익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양쪽을 다 고려해야 한다. 합리적으로 설득·조정하는 사회적 역량이 요체로 등장한다. 타협이 없으면 실행도 어렵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자기 주장만하며 맨날 싸우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 우리에게 닥친 도전이 그만큼 어렵다.” -지금 경제팀은 소득기반 확충과 재정을 동원해 내수를 끌어올리려 한다. “내수가 수출과 함께 균형성장 기반으로 자리잡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고 점차 식어갈 것이다. 돈을 풀어 돈의 힘으로 수요를 부추기는 것만으론 내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내수의 ‘공급’, 즉 내수 제품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즉 소비 가치를 높이는 제품·서비스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돈을 더 줘도 삼시세끼를 더 먹는 건 아니다. 한번 먹더라도 더 좋은 식사를, 더 좋은 보건의료를 원한다. 내수가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해야 오히려 제품수입도 늘어나 환율절상 압박도 완화된다. 금리인하나 재정정책을 통해 돈을 푸는 정책은 단기 효과는 있을지라도 크게 위축된 경제를 조금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저성장 추세를 바꿀 순 없다. 추세를 옮기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저성장 기조는 경기순환 요인이 큰가, 구조적인 것인가? “추세를 보면 2013년 1분기가 경기순환에서 우리 경제의 저점이었다. 그 뒤 쑥 살아나야 하는데 미미하게 좋아지는데 그치고 있다. 이미 우리 경제의 성장추세 자체가 꺾인 게 아닌가, 두려움이 있다. 지금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성장률 3% 중반대’가 한 10년 지나서 보면 아, 그때 이미 꺾였구나하고 알게 될지 모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간혹 ‘디플레 위협’을 발언하는 근저엔 장기불황의 그림자를 스스로 느끼고, 이를 뒤집으려고 확장적 재정 등 뭔가를 서둘러 해야한다는 다급함이 깔려있는 듯하다.” -저소득층 가계부채 위험 경고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금리 통화정책만 동원해 해결하기 어렵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저소득층 대출채무자는 금리가 높든 낮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부채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쪽의 채권·채무 동기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본 뒤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채무자와 은행이 담보주택 가격의 하방위험을 공유·분담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금융당국이 적정 자본건전성을 규제할 때 이런 위험분담 요소를 넣어 (빚 위험을 대출자만 끝까지 일방적으로 떠맡게 해온)금융기관의 관행을 바꾸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일자리와 복지증세의 해법은?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잠재적 노동력인 젊은이에게 실업이나 시간제 일자리같은 고통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30년 넘게 더 일하며 경제의 생산을 책임질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사회적 투자의 관점에서도 효율적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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