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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납품받은 골프의류 하자 있다며 대금 미지급…공정위, 중견기업 브이엘엔코 ‘갑질’ 제재

등록 2015-04-07 20:21

납품대금 등 10억여원 지급명령
“불공정 행위에 저항하는 중소기업을 의도적으로 도산시키려 한 것입니다.”

중소기업으로 의류 납품을 하는 한울플래닝의 임원은 원청업체인 중견기업 브이엘엔코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거의 죽다가 살아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다수 중소기업은 10억원 이상의 납품대금을 1년 넘게 못 받으면 일찌감치 도산했거나, 백기를 들고 원청업체 요구사항을 다 들어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골프의류 브랜드인 ‘루이까스텔’로 유명한 브이엘엔코가 제품 하자를 주장하며 납품업체에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불공정 행위에 대해 10억8천만원의 지급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의류업체의 하도급거래 분쟁에선 이번 지급명령이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한겨레> 2014년 11월25일치 17면 참조)

공정위 조사결과, 브이엘엔코는 2013년 10월~2014년 2월에 한울플래닝에 골프의류 12만3천여점을 주문하면서, 하도급대금과 지급방법 등 법정 기재사항이 제대로 적히지 않은 불완전 계약서를 발급했다. 또 2014년 3월에 납품받은 골프의류 5만5천여점에 대해서는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10억7600만원의 하도급대금과 지연이자를 주지 않았다. 브이엘엔코는 최근 ‘루이까스텔’ 브랜드로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매출액 1707억원, 영업이익 52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브이엘엔코는 “한울플래닝이 검사업체를 회유해서 하자제품을 정상제품으로 둔갑시킨 뒤 납품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납품 제품이 브이엘엔코가 지정한 업체에서 품질검사에 합격했다는 점을 들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브이엘엔코가 납품 뒤 석달이 지나고 뒤늦게 제품 하자를 문제 삼은 점도 고려했다.

이번 사건은 중견기업의 하도급거래 횡포가 대기업에 못지않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울플래닝은 “정말 제품이 불량이었다면 납품 당시에 문제를 삼았을 것이고, 판매기간 석달여 동안 대리점과 소비자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면서 “브이엘엔코가 제품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부담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려고 ‘갑의 횡포’를 부린 것”이라고 말했다. 봄 상품을 납품받아 석달간 판매한 뒤 남은 제품을 품질 하자로 문제 삼은 것은 의류업계에서도 전례가 드문 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브이엘엔코는 한울플래닝을 상대로 제품 한 점당 평균 납품원가(1만8천원선)의 8.5배(15만9천원)씩 물어내라면서 3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한울플래닝이 거래처에서 받을 채권 20억원을 가압류하기도 했다. 한울플래닝은 지난 1월 가압류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공정위로부터 지급명령을 받아낸 끝에 부도위기를 벗어났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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