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공제 → 세액공제’ 전환을 중심으로 하는 2013년 소득세법 개정은 시행도 해보기 전에 여론의 반발로 내용이 뜯어고쳐졌다. 정부가 근로소득자 1619만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소득수준별 세금 부담이 애초 정부가 예상한 액수와 비슷했는데도, 보완대책을 만드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세금폭탄은 아니지만, 연소득 5500만원 이하에 대해 세법 개정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보완대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5500만원 이하 직장인을 위해 표준세액공제와 근로소득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저출산·고령화와 관련된 공제제도 혜택도 늘렸다. 정부의 보완대책으로 소득 재분배 기능은 커졌지만, 세수 기반 자체는 다시 약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보완대책이 5500만원 이하에 집중되면서 추가로 세금이 많이 감면됐다”며 “상대적으로 7000만원 초과자들은 혜택이 적어 소득 재분배는 강화됐다”고 말했다.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떨어졌다. 각종 공제제도 등으로 2013년 기준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4.48%이다. 직장인이 100만원을 벌면 세금으로 4만8000원을 낸다는 뜻이다. 세법 개정으로 4.82%까지 실효세율을 끌어올렸으나 보완대책으로 세금 감면이 확대되면서 4.74%로 떨어졌다. 실효세율은 모든 소득구간에서 내려갔다. 5500만원 이하 구간은 1.29%에서 1.16%로, 7000만원 초과자들도 11.86%에서 11.84%로 낮아졌다.
근로소득세액공제가 확대되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근로소득 기준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직장인은 524만567명(32.1%)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보완대책으로 면제자 비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수도 애초 1조1461억원 확대되는 것으로 예상됐으나, 보완대책이 나오면서 7234억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번 연말정산을 계기로 각종 공제제도를 줄이는 쪽으로 정비하고 이자·배당소득 등을 대상으로 소득세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재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세 205조5000억원(2014년 결산) 가운데 소득세가 53조3000억원(26%)으로 부가가치세에 이어 두번째로 덩치가 크다. 특히 부가가치세와 달리 소득세는 부유한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은 적게 내는 누진적 성격을 띠고 있어 세수 확충은 물론 소득 불평등을 개선시킬 수 있는 핵심 세목이다. 각종 공제제도와 함께 금융소득(이자·배당 등) 등에 대한 과세가 취약해 우리나라 소득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참여연대는 7일 논평을 내어 “이미 징수한 세금을 소급해 깎아주겠다는 것은 성급한 대책”이라며 “오히려 연말정산 논란을 증세의 물꼬를 트는 기회로 활용해 자본이득 과세 등 공평과세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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