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HALAL)은 아랍어로 “(신이) 허용하다”는 뜻이다. 식품뿐 아니라 무슬림의 삶 전반에 적용되는 율법이다. 올해 우리 식품업계에 때아닌 할랄 바람이 불고 있다. 18억명에 이르는 이슬람인들을 겨냥한 할랄이 새 수출유망품목으로 부상하면서 식품업계는 ‘이슬람 율법 공부’까지 하고 있다. 이슬람 율법에 따른 성분 및 제조과정에 대한 엄격한 ‘할랄인증’을 받아야만 국내외에서 유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할랄식품 시장은 1조880억달러(2012년) 규모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중동 등 이슬람 국가들의 경제성장세 속에 2018년에는 1조626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슬레는 세계 150개 공장에서 300여개의 할랄인증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네슬레 등 비무슬림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할랄식품 시장에 국내 식품업체들도 빠르게 가세하고 있다. 국내 식품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사정도 업체마다 할랄 문을 앞다퉈 두드리는 배경이다.
18억명 ‘할랄’ 3년뒤 1조6천억 달러
국내 120개 업체 430품목 ‘할랄마크’ 때아닌 할랄 바람, 식당도 인증 6곳
국내할랄 한국이슬람교중앙회 도맡아 이슬람율법 인증 엄격…돼지고기 금지
국가별 인증요건 차이, 종사인력 태부족 국내인증마크, 수출 동남아선 안 통해
상호인증 급선무…할랄 주도권 다툼도 식품업계 할랄인증 430개 품목 국내 120여개 식품업체도 430여개 품목에 대해 할랄인증을 이미 획득했다. 해외 할랄시장에는 라면·과자·커피 등 가공제품 위주로 롯데리아·비비큐(BBQ)·델리만쥬 등 국내 외식업체 39곳(총 169개 점포)이 진출했다. 남양유업은 2011년에 말레이시아에서 학교급식 전용 우유에 대해 할랄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수출액만 약 200만달러에 이른다. 최근엔 빙그레, 서울우유도 할랄인증을 받고 할랄시장 개척에 나섰다. 치킨프랜차이즈 교촌은 지난해 7월 교촌소스 등 소스류 3종의 할랄인증을 미국에서 받았다. 교촌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매장도 할랄인증을 받아 이슬람 국가로의 확대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에프앤비(F&B)도 지난해 9월부터 국내 할랄인증기관인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로부터 홍삼 제품 천지인, 김 등 11종의 제품을 인증받았다. 일본에 여행 오는 동남아 고객을 잡기 위해 오사카 공항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양반김에 할랄인증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풀무원은 생라면 ‘자연은 맛있다’ 제품군 2종에 대해 말레이시아의 할랄인증기관 자킴(JAKIM)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가장 까다롭다는 말레이시아 인증을 받기 위해 이슬람 율법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할랄은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이란 이미지도 크다. 인증 과정에서 제품의 원재료, 생산공정 등을 엄격하게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랄인증이 이슬람권을 넘어 유럽 등지까지 수출을 늘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햇반·김치 등 43개 제품에 할랄인증을 받은 씨제이(CJ)제일제당도 말레이시아 인증 과정에서 까다로운 절차를 밟았다. 김치의 원재료는 물론 맛을 내기 위한 김치조미액젓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까지 모든 검사를 거쳤다. 인증 제품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다. 한식은 현지인에게 아직 낯설지만 할랄인증을 받은 ‘믿을 만한’ 제품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에스피시(SPC)그룹도 2012년에 바게트·고구마파이 등 60여가지 제품에 대해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할랄인증을 받았다. 에스피시는 “할랄인증 제품은 동남아 현지에서 비할랄(하람) 제품보다 1.5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린다”고 말했다. 농심은 신라면, 야채라면 등 라면 12종을 말레이시아 등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1년부터 부산공장에 할랄전용시설을 갖추고 ‘할랄 신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다른 생산라인과 분리해 율법에서 금지하는 성분이 섞여 들어갈 교차오염 가능성을 차단해야 인증받을 수 있다. 마요네즈 등 19개 품목에 할랄인증을 받은 대상㈜ 관계자는 “중동은 소비 식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유럽·미국 등지에 살고 있는 무슬림 소비자들까지 틈새시장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로부터 정관장 뿌리삼 등 8개 품목의 할랄인증을 취득한 인삼공사 쪽은 “일부 홍삼 제품은 알코올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할랄인증을 위해 수출 제품 위주로 알코올 성분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국내 할랄시장도 작지 않아 국내 무슬림 시장부터 다지는 기업도 있다. 이슬람 유학생들이 많은 국내 대학에 할랄급식을 도입해 운영중인 아워홈은 오는 7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할랄 도시락과 뷔페를 제공한다. 9월에는 인천국제공항 아워홈 푸드코트에 할랄 코너도 열 계획이다. 국내에서 무슬림 등을 대상으로 할랄식품을 판매·유통하는 데 제약은 없다. 다만 식품위생법상 할랄인증마크는 부착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쪽은 “할랄 확산을 위해, 종교단체 등 민간에서 부여한 판매인증마크를 표시·광고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식품위생법 조항을 개정하려고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식당도 할랄인증 대상이다. 현재 이슬람 식당을 포함해 국내 6개 음식점이 인증을 받았는데, 삼계탕 메뉴 등을 제공하는 용산구에 있는 한식당 ‘이드’(EID)는 한식당 최초로 할랄인증을 받은 사례다. 할랄 음식점의 경영자와 종사자는 반드시 무슬림이어야 한다. 물론 국내 무슬림 관광객도 큰 ‘할랄’ 시장이다. 국내 이슬람 관광객은 지난해 73만명(전체 관광객 1420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할랄’(인증)이다 식품업체마다 할랄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관문은 역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한 엄격한 “할랄”(인증)이다. 농심은 신라면 수프엔 동물 성분을 일절 쓰지 않는 방식으로 할랄인증을 받았다. 다만 소고기 향을 첨가해 소고기 맛을 냈다. 할랄인증기관은 세계적으로 300여개에 이른다. 대부분 이슬람종교단체가 인증하는데 정부가 직접 주도하는 국가도 있다. 인증기준·요건도 이슬람법 해석에 따라 인증기관별로 제각각이다. 국내에는 유일한 공식 할랄인증기관 한국이슬람교중앙회와 해외인증대행기관 3개가 있다. 7일 서울 용산에 있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만난 이주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이맘(이슬람 성직자)은 “할랄인증은 제일제당 등을 시작으로 90년대 초부터 이미 해왔다”며 “국내 110여개 기업의 300여개 품목에 할랄인증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할랄 열풍 속에 인증관리 종사인력의 절대부족이 당면과제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는 오는 5월 인증을 받았거나 인증심사를 청구한 국내 100여개 업체 담당자들을 한데 모아 할랄인증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중앙회의 자체 인증전문가 풀이 태부족해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오히려 인증받으려는 업체에 대한 교육부터 급히 나선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쪽은 “할랄식품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식품연구원이 이슬람교중앙회와 연구·인력교류를 통해 인증의 전문성과 역량을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와 상호교차인증도 과제 한 식품업체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를 통해 라면 할랄인증을 받아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로 수출해왔는데, 올해 갑자기 인도네시아로부터 “우리 할랄인증기관인 무이(MUI)의 인증을 따로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할랄인증마크 삭제 요구를 받았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현지 교민에게만 유통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인증이 해외에서도 인증 효력을 동등하게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상호교차인증’이 할랄 열풍의 근저에 깔린 또다른 골칫거리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의 인증마크가 동남아 등 현지에서 인지도가 낮은 탓에 국내 업체의 할랄식품 수출 길이 외국에서 정작 막히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주화 이맘은 “2010년 이전엔 교차인증 자체가 없었는데 이슬람권의 경제성장과 소비붐을 타고 교차인증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국내 인증이 해외에서도 인증 효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인도네시아 무이의 회원종단으로 가입하는 등 상호교차인증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차인증 협약 체결을 둘러싼 다른 주장도 나온다. 할랄 컨설팅 및 해외인증 대행업체인 펜타글로벌의 조영찬 대표는 “정확히 말해 현재로선 국내 인증이 해외에서 동등하게 교차인증되는 건 아니다. 상호인증 협약을 맺었다 해도 제한적 의미에서 인정을 해준다는 것일 뿐 인증 효과를 그대로 갖는 건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펜타글로벌을 통해 해외에서 할랄인증을 받은 국내 업체는 20여개에 이른다. 대상 등 2~3개 업체는 자사 현지법인을 통해 인증을 취득하기도 한다. 할랄인증 둘러싼 갈등도 할랄은 종교를 넘어, 인증사업을 둘러싼 ‘경제적 이해’도 곳곳에서 충돌하는 양상이다. 국내 이슬람 신도(약 3만5천명)에게 할랄은 좋은 취업 통로다. 이주화 이맘은 “할랄식품 생산 기업이나 인증받은 식당 주인들에게 생산 모니터링에 투입할 이슬람 인력 고용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슬람 신도를 직접 고용하면 더 빨리 쉽게 인증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할랄인증과 결부되는 ‘무슬림 인력 고용’은 식품업체들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슬람권의 경제성장 속에 동남아를 중심으로 할랄은 큰 이권사업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즉 말레이시아 자킴을 필두로 국가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할랄인증 국제표준을 선도하려는 조짐이 확연하다. 이에 인도네시아도 가세해 민간 종교단체가 해오던 할랄인증사업을 정부가 맡아 끌고가는 쪽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야심에 대한 견제인 셈이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연방표준청에서 할랄인증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주화 이맘은 “할랄인증 식품의 성장을 조용히 옆에서 지원해주면 좋을 텐데,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 이후 정부 모든 기관이 저마다 대대적으로 나서 할랄 돈벌이에 나서는 상황이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조계완 김미영 기자 kyewan@hani.co.kr
국내 120개 업체 430품목 ‘할랄마크’ 때아닌 할랄 바람, 식당도 인증 6곳
국내할랄 한국이슬람교중앙회 도맡아 이슬람율법 인증 엄격…돼지고기 금지
국가별 인증요건 차이, 종사인력 태부족 국내인증마크, 수출 동남아선 안 통해
상호인증 급선무…할랄 주도권 다툼도 식품업계 할랄인증 430개 품목 국내 120여개 식품업체도 430여개 품목에 대해 할랄인증을 이미 획득했다. 해외 할랄시장에는 라면·과자·커피 등 가공제품 위주로 롯데리아·비비큐(BBQ)·델리만쥬 등 국내 외식업체 39곳(총 169개 점포)이 진출했다. 남양유업은 2011년에 말레이시아에서 학교급식 전용 우유에 대해 할랄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수출액만 약 200만달러에 이른다. 최근엔 빙그레, 서울우유도 할랄인증을 받고 할랄시장 개척에 나섰다. 치킨프랜차이즈 교촌은 지난해 7월 교촌소스 등 소스류 3종의 할랄인증을 미국에서 받았다. 교촌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매장도 할랄인증을 받아 이슬람 국가로의 확대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에프앤비(F&B)도 지난해 9월부터 국내 할랄인증기관인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로부터 홍삼 제품 천지인, 김 등 11종의 제품을 인증받았다. 일본에 여행 오는 동남아 고객을 잡기 위해 오사카 공항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양반김에 할랄인증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풀무원은 생라면 ‘자연은 맛있다’ 제품군 2종에 대해 말레이시아의 할랄인증기관 자킴(JAKIM)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가장 까다롭다는 말레이시아 인증을 받기 위해 이슬람 율법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할랄은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이란 이미지도 크다. 인증 과정에서 제품의 원재료, 생산공정 등을 엄격하게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랄인증이 이슬람권을 넘어 유럽 등지까지 수출을 늘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햇반·김치 등 43개 제품에 할랄인증을 받은 씨제이(CJ)제일제당도 말레이시아 인증 과정에서 까다로운 절차를 밟았다. 김치의 원재료는 물론 맛을 내기 위한 김치조미액젓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까지 모든 검사를 거쳤다. 인증 제품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다. 한식은 현지인에게 아직 낯설지만 할랄인증을 받은 ‘믿을 만한’ 제품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에스피시(SPC)그룹도 2012년에 바게트·고구마파이 등 60여가지 제품에 대해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할랄인증을 받았다. 에스피시는 “할랄인증 제품은 동남아 현지에서 비할랄(하람) 제품보다 1.5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린다”고 말했다. 농심은 신라면, 야채라면 등 라면 12종을 말레이시아 등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1년부터 부산공장에 할랄전용시설을 갖추고 ‘할랄 신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다른 생산라인과 분리해 율법에서 금지하는 성분이 섞여 들어갈 교차오염 가능성을 차단해야 인증받을 수 있다. 마요네즈 등 19개 품목에 할랄인증을 받은 대상㈜ 관계자는 “중동은 소비 식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유럽·미국 등지에 살고 있는 무슬림 소비자들까지 틈새시장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로부터 정관장 뿌리삼 등 8개 품목의 할랄인증을 취득한 인삼공사 쪽은 “일부 홍삼 제품은 알코올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할랄인증을 위해 수출 제품 위주로 알코올 성분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국내 할랄시장도 작지 않아 국내 무슬림 시장부터 다지는 기업도 있다. 이슬람 유학생들이 많은 국내 대학에 할랄급식을 도입해 운영중인 아워홈은 오는 7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할랄 도시락과 뷔페를 제공한다. 9월에는 인천국제공항 아워홈 푸드코트에 할랄 코너도 열 계획이다. 국내에서 무슬림 등을 대상으로 할랄식품을 판매·유통하는 데 제약은 없다. 다만 식품위생법상 할랄인증마크는 부착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쪽은 “할랄 확산을 위해, 종교단체 등 민간에서 부여한 판매인증마크를 표시·광고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식품위생법 조항을 개정하려고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식당도 할랄인증 대상이다. 현재 이슬람 식당을 포함해 국내 6개 음식점이 인증을 받았는데, 삼계탕 메뉴 등을 제공하는 용산구에 있는 한식당 ‘이드’(EID)는 한식당 최초로 할랄인증을 받은 사례다. 할랄 음식점의 경영자와 종사자는 반드시 무슬림이어야 한다. 물론 국내 무슬림 관광객도 큰 ‘할랄’ 시장이다. 국내 이슬람 관광객은 지난해 73만명(전체 관광객 1420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할랄’(인증)이다 식품업체마다 할랄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관문은 역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한 엄격한 “할랄”(인증)이다. 농심은 신라면 수프엔 동물 성분을 일절 쓰지 않는 방식으로 할랄인증을 받았다. 다만 소고기 향을 첨가해 소고기 맛을 냈다. 할랄인증기관은 세계적으로 300여개에 이른다. 대부분 이슬람종교단체가 인증하는데 정부가 직접 주도하는 국가도 있다. 인증기준·요건도 이슬람법 해석에 따라 인증기관별로 제각각이다. 국내에는 유일한 공식 할랄인증기관 한국이슬람교중앙회와 해외인증대행기관 3개가 있다. 7일 서울 용산에 있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만난 이주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이맘(이슬람 성직자)은 “할랄인증은 제일제당 등을 시작으로 90년대 초부터 이미 해왔다”며 “국내 110여개 기업의 300여개 품목에 할랄인증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할랄 열풍 속에 인증관리 종사인력의 절대부족이 당면과제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는 오는 5월 인증을 받았거나 인증심사를 청구한 국내 100여개 업체 담당자들을 한데 모아 할랄인증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중앙회의 자체 인증전문가 풀이 태부족해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오히려 인증받으려는 업체에 대한 교육부터 급히 나선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쪽은 “할랄식품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식품연구원이 이슬람교중앙회와 연구·인력교류를 통해 인증의 전문성과 역량을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와 상호교차인증도 과제 한 식품업체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를 통해 라면 할랄인증을 받아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로 수출해왔는데, 올해 갑자기 인도네시아로부터 “우리 할랄인증기관인 무이(MUI)의 인증을 따로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할랄인증마크 삭제 요구를 받았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현지 교민에게만 유통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인증이 해외에서도 인증 효력을 동등하게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상호교차인증’이 할랄 열풍의 근저에 깔린 또다른 골칫거리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의 인증마크가 동남아 등 현지에서 인지도가 낮은 탓에 국내 업체의 할랄식품 수출 길이 외국에서 정작 막히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주화 이맘은 “2010년 이전엔 교차인증 자체가 없었는데 이슬람권의 경제성장과 소비붐을 타고 교차인증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국내 인증이 해외에서도 인증 효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인도네시아 무이의 회원종단으로 가입하는 등 상호교차인증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차인증 협약 체결을 둘러싼 다른 주장도 나온다. 할랄 컨설팅 및 해외인증 대행업체인 펜타글로벌의 조영찬 대표는 “정확히 말해 현재로선 국내 인증이 해외에서 동등하게 교차인증되는 건 아니다. 상호인증 협약을 맺었다 해도 제한적 의미에서 인정을 해준다는 것일 뿐 인증 효과를 그대로 갖는 건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펜타글로벌을 통해 해외에서 할랄인증을 받은 국내 업체는 20여개에 이른다. 대상 등 2~3개 업체는 자사 현지법인을 통해 인증을 취득하기도 한다. 할랄인증 둘러싼 갈등도 할랄은 종교를 넘어, 인증사업을 둘러싼 ‘경제적 이해’도 곳곳에서 충돌하는 양상이다. 국내 이슬람 신도(약 3만5천명)에게 할랄은 좋은 취업 통로다. 이주화 이맘은 “할랄식품 생산 기업이나 인증받은 식당 주인들에게 생산 모니터링에 투입할 이슬람 인력 고용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슬람 신도를 직접 고용하면 더 빨리 쉽게 인증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할랄인증과 결부되는 ‘무슬림 인력 고용’은 식품업체들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슬람권의 경제성장 속에 동남아를 중심으로 할랄은 큰 이권사업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즉 말레이시아 자킴을 필두로 국가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할랄인증 국제표준을 선도하려는 조짐이 확연하다. 이에 인도네시아도 가세해 민간 종교단체가 해오던 할랄인증사업을 정부가 맡아 끌고가는 쪽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야심에 대한 견제인 셈이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연방표준청에서 할랄인증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주화 이맘은 “할랄인증 식품의 성장을 조용히 옆에서 지원해주면 좋을 텐데,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 이후 정부 모든 기관이 저마다 대대적으로 나서 할랄 돈벌이에 나서는 상황이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조계완 김미영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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