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유커) 수가 600만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로 늘었으나,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국내 여행사의 절반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유커를 유치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출혈 경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국인 관광 사업을 하는 국내 여행사 300곳을 상대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실태와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원가 이하로 유커를 유치한 경험’이 있는 여행사가 4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유커 증가보다 (여행사 간) 경쟁 심화가 더 크다’는 응답도 57.6%에 이르렀다. 유커 유치에 따른 수익성 조사에서는 ‘낮다’는 응답은 51.5%였지만 ‘높다’는 응답은 7.7%에 그쳤다. 중국인 관광 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까운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여행사들은 손실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54.8%가 ‘쇼핑·옵션 확대’를 꼽았다. 유커 여행상품이 양질이 아닐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밖에 ‘다른 여행상품에 비용 전가’(27%), ‘손해 감수’(11.9%) 등도 손실 보충 방법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 소재 ㅇ여행사는 “관광객 모집은 중국 현지 여행사가 맡고 국내 여행사는 프로그램 운영을 맡는데, 현지 여행사로부터 여행 경비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모집 인원당 커미션을 지급하는 실정이라 쇼핑이나 선택관광을 강요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단기적으로는 유커 1000만 시대 달성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중장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응답이 많았다. 유커는 한국 관광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나빠지고 있거나 그저 그렇다’는 응답이 81.6%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좋아지고 있다’는 응답은 18.4%에 그쳤다. 또 유커 증가 추세에 대해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56.3%)가 ‘지속가능하다’(43.7%)보다 더 많았다. 유커의 불만사항으로는 관광자원 부족(41.6%), 단조로운 일정과 자율성 부족(22.1%),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20%) 등이 꼽혔다.
한편 일본은 최근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비자 요건 완화, 면세점 추가 설치 등 중국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중국 역시 하이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설치해 내국인(중국인)의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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