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담배를 사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보건복지부는 20일 올해 1분기 담배 반출량이 5억1900만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억3000만갑)에 견줘 44.2%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의 금연효과가 크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담배 반출량은 1월 1억5900만갑, 2월 1억6000만갑, 3월 2억만갑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지만, 3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0% 이상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복지부는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과 가까운 편의점 업계의 담배매출 자료는 사뭇 다르다. 국내 3대 편의점 체인 중 한 곳인 ㄱ사의 담배 판매량을 보면, 1월부터 지난 19일까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정부가 발표한 감소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담배 판매량이 빠르게 회복돼 감소율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ㄱ사의 1월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에 견줘 33%까지 감소했지만, 2월에 22.4%, 3월 14.9%로 감소폭이 줄었다. 또다른 편의점 체인인 ㄴ사의 수치도 비슷하다. 1월 담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6% 감소했지만, 2월 26.4%, 3월 19.3%로 감소폭은 빠르게 줄고 있다. 가격 인상 전 수준을 향해 빠르게 회복해가고 있는 것이다.
씨유(CU)·지에스(GS)25·세븐일레븐 등 3대 편의점이 전체 담배 소비량의 50% 이상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편의점의 담배 판매량이 실제 담배 소비량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료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44.2%’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담배 반출량’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반출량은 담배 제조업체와 수입업체가 담배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납부를 위해 복지부에 신고하는 수량이다. 공장 또는 창고에서 얼마나 나갔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된 양은 아니다. 장기적으로야 반출량과 실제 소비량이 거의 같아지지만, 단기적으론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정부가 밝힌 게 지난해 9월이었다. 이때부터 담배를 미리 사두려는 사람이 늘면서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폭증했고, 이에 맞춰 편의점 등 유통업계도 ‘안전재고’를 늘렸다. 재고가 넉넉하기 때문에 올 1분기에는 유통업계의 발주량이 크게 줄었고, 제조사의 반출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이 얼마나 줄었는지 따져보려면 1~2년은 지켜봐야 한다. 새해 금연결심, 사재기 등 여러 변수가 섞여있는 1분기 반출량을 근거로 담배소비가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부가 조급한 마음에 아마추어 같은 발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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