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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새 면세점 쟁탈전’ 8개 대기업 격돌

등록 2015-05-18 20:14수정 2015-05-18 20:14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마감 2주앞
‘15년만의 입찰’ 치열한 경쟁
유커 늘면서 ‘황금알’ 유치 사활
경영능력·관리역량 엇비슷
면세점 입지가 승패 열쇠 예상
서울 시내에 면세점 한 곳을 새로 열 수 있는 권리가 걸린 입찰 마감(6월1일)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00년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지하 면세점 이후 15년 만의 입찰이다. 15년 전에는 시내면세점 입찰이 별 이야깃거리가 안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대산업개발, 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그룹, 에스케이네트웍스, 한화갤러리아, 이랜드그룹, 롯데면세점 등 8개 대기업이 현재까지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2010년 이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특히 유커(중국 관광객)가 빠르게 늘면서 이들을 상대로 한 면세점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을 하지 않던 기업들까지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에 불을 켜고 덤벼드는 이유다.

관세청의 심사평가표를 보면, 경영능력과 관리역량이 전체 1000점 가운데 550점을 차지한다. 다들 대기업인 만큼 변별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0점씩 배점된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와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 항목은 앞으로의 계획 혹은 의지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심사평가에서 큰 차이가 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150점이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에 배점됐다. 각 기업의 면세점 후보지가 관광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각 기업들은 면세점 입지가 승패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14일 서울 명동에 자리한 백화점 본점의 명품관을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유커를 비롯한 외국인들의 대표적 관광지로 꼽히는 명동, 남대문시장과 이웃해 있다는 게 강점이다. 게다가 본점 명품관은 1930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백화점(당시 미쓰코시백화점) 건물로, 신세계그룹의 발상지다. 신세계 쪽은 “그만큼 그룹의 의지와 자신감이 크다는 의미”라며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관광상품’ 격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접할 수 없었던 차별화된 면세점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또 본관 바로 옆 옛 제일은행 본점(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일지점) 건물을 최근 사들여 관광객 편의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화갤러리아는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여의도 63빌딩(한화생명 본사)을 후보지로 내세웠다. 연평균 관광객이 320만명에 이르고, 여의도·영등포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 신장률이 연평균 20%를 넘는다는 게 갤러리아 쪽의 설명이다. 한강유람선 선착장과 수상레포츠 시설, 한강공원, 국회의사당, 노량진수산시장 등과 가깝고, 벚꽃축제와 세계불꽃축제 등 축제와 연계한 관광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일찌감치 용산 아이파크몰을 후보지로 낙점했다. 연면적 28만㎡의 넓은 공간에 백화점, 영화관, 대형마트, 식당가 등 복합 여가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자랑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이태원, 용산공원, 남산공원 등과 가깝다. 교통난을 의식해 대형버스 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도 확보하기로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 운영 이력이 있는 호텔신라와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해 이번 입찰에 참여한다. 현대산업개발로서는 사업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고, 호텔신라로서는 면세시장 독과점사업자가 점유율을 더 늘리려 한다는 비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확정했다. 코엑스 단지 내에 컨벤션센터와 특급호텔 3곳, 카지노, 쇼핑몰, 백화점, 도심공항터미널은 물론 한류 문화 콘텐츠 전문공간인 ‘SM타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대백화점은 또 시내면세점 사업을 운영할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하면서 모두투어네트워크, 서한사, 엔타스듀티프리, 에스제이듀코 등 중소·중견기업을 참여시켰다. 상생 협력모델로 심사평가에서 추가점을 얻으려는 의도다.

서울 광진구에 워커힐면세점을 운영중인 에스케이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 건물 5개 층을 신규 면세점 후보지로 발표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패션도매상가 등이 가깝다.

지난 12일 뒤늦게 입찰 참여를 선언한 이랜드는 아직 후보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면세점 업계 1위 기업인 롯데면세점도 입찰 참여 의사는 밝혔지만 아직 후보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서울의 6개 시내면세점 가운데 3개(소공점·잠실점·코엑스점)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소공점과 잠실점의 면세점 특허가 오는 12월 만료된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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