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불출석 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불출석한 가운데,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박해춘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왼쪽 끝)과 함께 삼성자동차 부실채권 회수 문제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과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감초점 “이회장 나와 삼성차 의혹 해소를” “채권단 강제…이회장 책임 없다”
5일 재정경제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쪽 증인이 등장하면서 삼성자동차 손실보전, 삼성생명 상장 등의 문제가 본격 거론되는 등 사실상 ‘삼성 국감’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관심의 핵이었던 이건희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 쪽은 사유서에서 “폐암 재발 여부에 대한 정밀검사가 진행중이어서 국회 증인 출석이 어렵다”며 “증인으로 채택된 다른 임원들이 성실하게 답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99년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을 사재출연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채권단이 그룹 전체에 대해 금융제재를 가하겠다고 했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거냐”는 물음에는 “당시 (삼성과 채권단의) 합의서는 문제가 있으나, 합리적으로 잘 해결하겠다”고 답변했다. 박영선·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등은 이건희 회장이 사재출연만 발표했을 뿐, 처음부터 책임질 의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삼성그룹은 삼성차 채권단과의 소송이 진행되면 재무구조 개선약정 및 빅딜 과정의 위헌 소송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법무팀을 키워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삼성의 방침이냐”고 말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도 윤 부회장에게 “삼성이 우리 경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만큼 책임을 질 의향이 없느냐”며 “이건희 회장이 반드시 청문회에 서서 삼성차와 삼성상용차 문제 등 국민적 의혹에 대해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계안 의원과 박병석 의원은 삼성차 문제와 관련해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좀더 통큰 결정을 해줌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받는 기업이 되어 달라”며 특단의 결단을 내려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부회장은 “당시 법적으론 (이 회장이 삼성차 부실에 대한) 책임이 없었으나, 도의적 차원에서 삼성생명 400만주를 내놓았고, 문제가 많은 합의서 작성에 31개 계열사가 참여할 때는 채권단에서 그룹 전체에 대해 금융제재를 가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맞받았다. 윤 부회장과 최도석 삼성전자 사장은 “주식회사는 유한책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이 회장의) 책임이 없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심상정 의원은 또 삼성차뿐 아니라, 삼성상용차에 대해서도 매서운 공격을 폈다. 심 의원은 98년 삼성상용차 회사채 발행 당시 대한보증보험의 삼성상용차 심사판정 등급이 C였으나, 최종 심사의견이 특A로 바뀐 것에 대해 “이건희 회장을 보고 A+를 준 것 아니냐”며 “나중에 책임질 때는 국민들에게 떠맡기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출석하지 않은 이 회장은 9월1일부터 이틀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폐암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상 징후 등이 발견돼 과거 폐암 치료를 받았던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의 엠디 앤더슨 암센터에서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현재 미국에 체류중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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