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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안마의자는 과학이 아니라 디자인

등록 2015-05-21 20:30수정 2015-05-22 10:20

[경제와 사람] 바디프랜드 김택 사업전략본부장
국내에 안마의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건 50여년 전이다. 후지의료기와 내쇼날파나소닉 등 50·60대 중장년층 고객을 겨냥한 중후한 검은색 일색의 일본 제품이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산 브랜드를 가져다 파는 매장들도 생겨났다. 2007년, 서울 압구정동에 차려진 ‘바디프랜드’도 일본·중국산을 가져다 팔던 작은 오퍼상이었다.

하지만 일본산은 총판·지사를 거쳐 현지에서 떼다 팔다 보니 한대 700만원을 호가하는 등 비싸고, 중국산은 불량품이 많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저변에 끓고 있었다.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한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팬텀’ 등) 직접 제조에 나섰다. 판매방식도 기존의 일시불 현금 구매가 아니라, 써보면서 선택(계속 사용 또는 해지반납)하는 당시 혁신적인 렌털(39개월) 방식을 도입했다. 이 회사는 8년 만에 연간 매출 1450억원(2014년)을 올리며 급성장했다. 비결은 디자인에 있었다.

바디프랜드 김택 사업전략본부장. 사진 바디프랜드 제공
바디프랜드 김택 사업전략본부장. 사진 바디프랜드 제공
20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바디프랜드의 김택(41·사진) 사업전략본부장은 “현재 시장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면 시장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노디자인(대표 김영세) 출신이다. “2009년 이노에 있을 때 바디프랜드가 기존 안마의자의 새 디자인 개발을 의뢰해왔다. 당시 내가 그 일을 맡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바디프랜드가 당시 갖고 있던 회사 현금통장 잔고 1억원을 다 털어 싸들고 와 맡긴 거였다.” 의뢰인이 책상에 놓고 간 모델은 한눈에 봐도 육중하고 고전적인 티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초기에 중후한 이미지의 탤런트 이정길씨를 전속모델로 쓴 팬텀 광고를 <보그>지에 들고 갔다가 “우리 럭셔리 매거진에 그런 광고는 안 싣는다”는 말과 함께 퇴짜를 맞은 적도 있다.

“거실에 하루종일 놓인 안마의자
기능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이 승부”
디자인 수상 30여개 상패 즐비

디자인회사 다니던 중
회사 통장 잔고 1억 털어 싸들고온
안마의자 회사 디자인 의뢰 맡아
“3년안 시장 1위 차지하겠다”
포부 믿고 작업뒤 안마의자 회사로

“안마의자의 하루 사용 시간은 30여분에 불과하지만, 130㎏에 이르는 안마의자가 거실 한쪽에 하루 종일 놓여 있다고 생각해보자. 둔탁한 안마의자를 보면 칙칙한 찜질방에 있는 듯 느껴지기 십상이다. 몇달간 안마의자를 실제로 써보면서 연구한 끝에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주는 디자인으로 확 바꿨다.” 작업을 마친 뒤엔 “3년 안에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고객의 포부를 믿고 스스로 의뢰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바디프랜드의 안마의자 고객은 17만명(누적)에 이른다. 부유층의 사치품이나 실버 이미지가 각인돼 있던 안마의자에 ‘디자인’이 핵심 요소로 가세하면서 시장은 요동쳤다. “2007년 200억원에 머물렀던 국내 안마의자 시장은 올해 3200억원(추산) 규모로 커졌다. 안마의자는 이제 의료기기를 넘어 30·40대 젊은층이 주로 찾는 ‘힐링 디자인 가전’으로 바뀌었다.” 전국적으로 팬텀 등 7만여대가 렌털 판매된 지난해, 엘지전자(중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가 2천여대, 파나소닉과 오심(싱가포르·세계 안마의자업계 1위)이 각각 1천여대 파는 데 그쳤다고 한다. 절대강자가 없고, ‘팬텀’ 등장 이후 ㅁ사·ㄷ사 등 여러 업체가 뛰어들어 외국 브랜드를 들여와 팔다가 거의 다 실패했으나 여전히 ㅋ사·ㅎ사 등이 뒤따라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안마의자는 사람의 마사지 손을 대신하는 일종의 로봇이자,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해 1600여개 부품이 들어가는 힐링 ‘가전’이다. “물론 기능도 중요하지만 세일즈 접점에서 보면 디자인이 승부처다. 의자를 딱 보는 순간 3~5초 안에 사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강렬한 인상의 ‘디자인 랭귀지’를 전략적 ‘세일즈 토크’(마케팅 대화법)로 채택했다.” 이 회사 디자인연구소엔 대한민국 디자인대상과 굿디자인 어워드 등 각종 디자인전 수상을 휩쓴 30여개 상패가 즐비하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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