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짜왕’을 구매하는 소비자 모습. 농심 제공
농심 연매출 1천억 넘는 라면 기대
신라면 이후 30년만에 ‘대박’
새로움보다 정통 간짜장 맛 충실
신라면 이후 30년만에 ‘대박’
새로움보다 정통 간짜장 맛 충실
농심이 지난달 내놓은 굵은 면발의 짜장 라면인 ‘짜왕’이 농심 역사상 4개밖에 없는‘연매출 1천억원 돌파 라면’ 지위에 올라설 태세다. 지금껏 연매출 1천억원을 넘어선 봉지라면은 너구리·안성탕면·짜파게티·신라면 정도로, 짜왕이 이 고지에 오르면 신라면 이후 30년 만에 새로 탄생한 슈퍼스타 브랜드가 된다.
농심은 지난 4월20일 출시한 신제품 짜왕의 5월 한달 판매액(내부 출고매출 기준)이 100억원에 이르렀다고 3일 밝혔다. 봉지로는 1천만개(공장출고)에 이른다. 농심 봉지라면 가운데 연매출 1천억원 돌파한 브랜드는 1986년 출시된 신라면 이후 30년간 없었다.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 조사를 보면, 연매출 1천억원을 달성한 봉지라면은 1982년에 출시된 너구리(2009년 달성), 1983년에 나온 안성탕면(1997년), 1984년 출시 짜파게티(2003년), 1986년에 선보인 신라면(1992년) 등 4개뿐이다.
돌풍의 비결로는 새로운 맛보다는 정통의 기본 맛에 충실한 컨셉트가 ‘뜻하지 않게’ 시장의 구미와 맞아떨어진 점이 꼽힌다. 최근 식품개발 트렌드는 여러 가지를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모디슈머’의 취향을 따라잡는 것이었다. 모디슈머(Modify+Consumer)는 제조업체가 제공한 조리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재창조한 방법으로 즐기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에서도 모디슈머 사례인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 등을 반영해 독창적인 맛을 찾는 데 관심을 두었다.
그러나 짜왕은 여기서 탈피해 정통 간짜장 맛을 내는 데 집중했다. 농심 쪽은 “처음 시도할 때는 태국 파타이(볶음쌀국수)를 접목해보기도 했으나 결국 소비자들은 정통 간짜장 맛을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구방향을 선회했다”고 말했다. 짜왕은 짜파게티의 대체 브랜드도 아니다. 농심 쪽은 “짜파게티는 정통 짜장면 맛과 약간 차이가 있도록 만들어졌지만, 짜왕은 양파·파·마늘 등을 아주 센 불에 볶아내는 중국음식점 간짜장이 지닌 ‘불맛’의 정통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짜왕은 특유의 굵은 면발과 진한 간짜장 소스를 앞세워 판매채널을 가리지 않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농심 쪽은 “주부와 가족 단위가 주를 이루는 대형마트뿐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와 슈퍼, 편의점 등 소매점의 판매 비중도 높다”며 “이는 1인 가구나 청소년층까지 넓고 다양한 계층에서 짜왕을 찾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짜왕은 출시 전에 마지막 단계로 거치는 농심 최고경영진 30여명의 평가에서도 이례적으로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대다수 제품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퇴짜를 놓기 일쑤인데, 짜왕은 거의 만장일치로 평가를 통과했다고 농심은 전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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