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가구가 노후생활에 대비한 개인연금을 저소득 가구에 견줘 5배 이상 많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윤성주 부연구위원이 쓴 ‘개인연금제도에 대한 소고’ 보고서를 보면, 소득이 적은 1분위(하위 25%) 가구에서 연금저축과 연금보험 등 개인연금에 가입한 비율은 5.18%에 머물렀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4분위(상위 25%) 가구는 28.79%가 가입해, 소득에 따라 개인연금 가입비율이 5.6배나 차이가 났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008년부터 전국의 5000가구를 대상으로, 해마다 소득·지출·조세·복지 등에 관한 재정패널조사를 벌여왔다. 이번 보고서는 2012년 기준 재정패널조사를 이용했다.
여기에 공적연금(국민연금 등)도 소득 1분위는 42.18%, 소득 4분위는 82.71%가 가입하는 등 두 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다. 노후소득에 대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윤 연구위원은 “고소득층의 경우 스스로 노후소득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만큼, 세금혜택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개인이 연금저축·연금보험 등 사적연금에 가입하면 소득에 상관없이 세액공제·비과세 등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연금저축은 1년에 4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12~15%)를 주고, 연금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개인연금에 가입해 있는 고소득층들의 경우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여유롭다며 개인연금을 노후소득보다는 세금을 줄이는 ‘세테크’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윤 연구위원은 “고소득층에 대한 개인연금 세금혜택은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현실에서 조세지출만 증가시킬 뿐, 노후소득 유인효과는 약하다”며 “중장기적으로 고소득층 세금혜택은 줄이고, 정책 효과가 큰 중산층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은 힘든 경제여건으로 개인연금 가입 자체가 어려운 만큼, 별도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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