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금융시스템 불안해질 수도”
금리 인하 여부엔 “모든 지표 고려”
금리 인하 여부엔 “모든 지표 고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8일 “미국이 예고한 금리 정상화(인상)가 금융시스템 불안과 실물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해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 총재는 “모든 지표를 고려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이 총재는 ‘글로벌 금리 정상화와 통화정책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유동성을 크게 늘리면서, 각국에 축적된 부채와 고위험 자산 투자 등 잠재위험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새로운 정상상태’로 옮겨가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금리 정상화로 시장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가계나 기업의 채무상환 부담 증가, 투자 손실 발생과 함께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에 걸친 각국 양적 완화와 주요국의 ‘제로(0) 금리’정책 등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대응력이 약해진데다 고위험 자산 투자가 많아진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이 총재는 지난 2103년 미국의 금리 인상 조짐 만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폭락한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을 언급한 뒤 “경제 구조가 취약한 신흥국은 (미국의 금리 영향으로) 환율과 금리가 급등해 성장과 물가에 큰 영향을 받고, 이런 요인이 다시 실물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발제에 나선 후루사와 미쓰히로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 역시 “미 연준의 금리 정상화가 시작되면, 신흥국 자본 유출, 자산가격 하락, 달러부채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리엄 화이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개발검토위원회 의장도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가 애초 기대만큼 수요 진작 효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위기의 근원 해소를 위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방해하는 요소가 돼 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올해 안 기준금리 정상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저성장·저물가에 대응하는 통화·재정정책과 구조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론 경제 주체들의 채무 상환부담, 자본 유출 등을 고려한 통화정책의 필요성도 언급해, 11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기준금리 조정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컨퍼런스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월 금리 결정에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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