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방식 아직 결정 안돼
사용후 핵연료 냉각에만 5년 걸려
사용후 핵연료 냉각에만 5년 걸려
원전 1기를 해체하고 땅을 원래대로 복원하기 위해선 짧게는 15년에서 6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다. 노후 원전 해체는 새 원전을 짓는 것만큼 많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유발한다.
정부는 12일 영구 정지가 사실상 결정된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이 2029~2030년 무렵에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개발 단계 등을 포함해 해체까지 최소 15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고리 1호기를 해체하면서 국산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경험을 쌓아 2030년 이후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전세계 폐로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해체 방식으로는 즉시 해체, 안전 저장, 차폐 격리 등 세 가지가 있다. 즉시 해체는 원전 가동을 중지한 뒤, 바로 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안전 저장은 가동 중지 후 일정기간 동안 방사선 선량이 낮아지기를 기다려 해체하는 방법이다. 차폐 격리는 원자로 본체 주변을 방사선을 차단할 수 있는 구조물로 둘러싸 영구히 보관하는 것이다. 이 중 고리 1호기 해체를 15년 안에 마무리하려면 즉시 해체 방식을 택해야 한다. 그러나 원전 해체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8년까지 해체 방식,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법, 원전 부지 활용 방안 등이 담긴 해체계획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제출해야 한다.
2017년 6월 원전이 멈추면, 우선 사용후 핵연료를 5년 이상 냉각시켜야 한다. 이 기간엔 시설 해체나 분해 작업을 할 수 없다. 사용후 핵연료가 충분히 식은 뒤 방사선 수치를 낮추는 제염과 핵심 설비 및 외부 구조물을 철거하는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정부는 고리 1호기 해체에 6033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에너지정의행동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추산한 비용은 해체 공법과 절차에 따라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 과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회적 합의가 더딜 경우 소요 시간과 비용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1998년 3월 가동을 멈춘 일본 첫 상업용 원전인 도카이 1호기는 원자로 내부 부품과 제어봉 등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구하지 못해 해체 작업이 지연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원전 해체 사례는 많지 않다. 가동을 멈춘 원전은 150기이며, 이 가운데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에 불과하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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