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반대 의사
항명·내분으로 파장 커지자 결단
포스코 쇄신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듯
항명·내분으로 파장 커지자 결단
포스코 쇄신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듯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추진하는 포스코그룹의 계획에 반대 의견을 밝혔던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9개월을 남겨놓고 물러났다. 전 사장은 포스코로 옮겨 권오준 회장 보좌역을 맡는다.
16일 오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우인터내셔널 임시 이사회에서 전 사장은 “지난 5월22일 (미얀마 가스전 매각안 관련) 문건 유출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왔다”며 사퇴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포스코는 전 사장을 회장 보좌역으로 발령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민차 사업과 관련해 전 사장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포스코는 가스전 매각안 관련 문건 유출 책임을 물어 보직해임한 조청명 가치경영실장(부사장)도 회장 보좌역으로 발령낸 바 있다.
공석이 된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자리는 정관에 따라 사내이사인 최정우 기획재무부문장(부사장)이 맡는다. 대우인터내셔널은 7월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전 사장을 대신할 사내이사를 새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후 이사회에서 최 부사장이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할지, 아니면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회사 쪽은 밝혔다. 회사 안팎에서는 전 사장 후임으로 대우 출신인 김영상 대우인터내셔널 철강본부장(부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경질설이 불거지자 전병일 사장은 사외이사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며 당장은 그만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경질 카드를 꺼낸 지 하루 만에 거둬들인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자리 유지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 간 갈등은 전 사장의 퇴진으로 일단 봉합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애초 명분이 약한 구조조정 추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향후 포스코의 경영 쇄신 추진을 둘러싼 잡음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쇄신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포스코가 외부 압력과 내부 파벌의 입김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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