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서 2.8%로 대폭 하향조정
내수 부진·수출 둔화 등 요인 꼽아
메르스 영향은 0.1%포인트 추정
내수 부진·수출 둔화 등 요인 꼽아
메르스 영향은 0.1%포인트 추정
금융연구원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하향 조정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따른 성장률 하락폭은 0.1%포인트로 내다봤다. 이미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기관들은 줄줄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왔다. 2%대 전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연구원은 17일 ‘2015년 경제전망’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올해 성장률을 3.7%로 제시한 바 있다.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낮춘 주된 배경으로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를 꼽았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가계부채 상환, 불확실한 노후자금 준비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 2.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선진국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엔화·유로화 약세 지속으로 인한 상대적인 원화 강세, 중국의 수출 둔화 및 성장률 하락으로 올해도 부진할 것으로 봤다. 총수출 증가율은 지난해(2.8%)에 못 미친 2.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연구원은 메르스 발생이 가계소비 위축과 외국인 관광객 지출 감소를 일으켜 올해 경제성장률을 약 0.1%포인트 낮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메르스가 지역 감염으로 확대되지 않고 최초 발병 이후 한달 동안만 지속된 뒤 종식된다는 가정에서 분석한 수치다. 메르스 사태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성장에 미치는 충격이 이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임진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현재로선 메르스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시적 요인이지만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가 없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원은 경기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세수 결손을 보충하는 세입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입 추경 규모가 7조~8조원 수준이면 연간 성장률을 0.2~0.25%포인트 높일 것으로 봤다. 메르스 확산 범위가 넓어지고 지속기간이 길어질 경우 정부가 기존 예산보다 지출액을 더 늘리는 세출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제안했다. 또 기준금리도 더 내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4월에 올해 성장률을 1월 전망치였던 3.4%에서 3.1%로 낮춘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달 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5%에서 3.0%로 내려잡았다. 이런 전망치는 추가 금리 인하와 더불어 세수결손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탓에 사실상 2% 성장 전망을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회복 움직임을 보이던 소비가 6월 들어 메르스 사태로 크게 위축됐다. 다른 추가 요인이 없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4월 한은 전망치였던) 3.1%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파악해 다음달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필 홍석재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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