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면세점은 왜 중소기업이 없을까요?

등록 2015-06-22 19:06수정 2015-06-22 19:11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제주 시내의 한 면세점.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제주 시내의 한 면세점.
궁금증 ‘톡’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특허 업체 선정을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면세점 독과점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서울시내 면세점 매출규모를 보면 롯데면세점(3곳)과 (호텔)신라면세점이 각각 60.5%, 26.5%를 차지해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면세점사업의 독과점 체제에 대해 “불가피 하다”고 말하는 거대 면세점 사업자의 논리는 무엇이고, 또 맞는 것일까?

관세청은 1986년 아시안게임 이후 호텔신라에 면세점 진입 허가를 내주는 등 시장 육성에 본격 나섰다. 서울올림픽 직후엔 진로유통·한양유통·한무개발·파고다면세점·진도·868면세점·한성물산·파라다이스 등 25개 군소업체가 신규 면허를 받고 시장에 대거 뛰어들었다. 요즘이야 ‘유커 현상’으로 면세점을 ‘황금알 거위’라고 하지만, 27개에 이를 정도로 난립했던 면세점 사업자 중에서 대다수 군소업체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거나 롯데·신세계 등에 매각됐다. 이제 롯데·호텔신라·에스케이네트웍스(워커힐)·롯데관광개발(동화면세점)·신세계·한화갤러리아 등 대기업 6개사로 재편됐다.

면세점 사업은 수익(배분) 모델이 백화점과 전혀 다르다. 백화점은 입점 업체로부터 판매수수료(매출액의 약 30% 안팎)를 받는다. 대자본을 들여 큰 장터를 만들어놓고 입점하는 쪽에 일종의 자릿세를 받는 격이다. 다만 아파트상가와 달리 백화점은 매장이 텅 비는 공실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정월세가 아니라 매출액에 따른 수익배분이 훨씬 좋은 방식이 된다.

판매수수료 방식의 백화점은 재고상품 부담이 거의 없는 반면, 면세점은 재고위험을 면세점 사업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 하나대투증권 박종대 팀장은 “백화점은 물품회계를 ‘특정매입’으로 처리한다. 즉 안 팔리고 남은 물건은 백화점으로선 신경 쓸 일이 아니고, 입주업체가 재고부담을 지게 된다. 이와 달리 면세점은 통상 약 3개월 전에 면세점 사업자가 상품 판매량을 예측해 판매할 물품을 직접 사들여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점 매장에선 같은 화장품 코너라도 백화점처럼 고객을 서로 뺏어오는 치열한 경쟁이 덜한 편인데, 거기엔 이런 ‘직매입’ 사정이 개입돼 있다. 직매입에 따른 막대한 재고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대자본만이 수익을 내고, 군소사업자는 적자를 면치 못하다 면세점 특허를 매각하는 일이 되풀이되었다는 것이다.

보세판매장(면세점)엔 판매·입점 수수료 개념이 없다. 대신에 샤넬·구찌 같은 수입명품브랜드로부터 상품을 유치할 수 있는지, 특히 얼마나 싼 값에 매입해올 수 있느냐는 ‘바잉파워’가 수익의 요체로 등장한다. 면세점의 막대한 물류·유통비용도 대기업으로의 독과점 재편을 추동하는 요인이다. 사업자는 구매물품을 인도하는 출국공항까지 신속한 배달체제를 큰돈을 들여 갖춰야 한다. 또, 자기 상품의 희소가치를 중시하는 수입명품 브랜드로서는 물건이 자칫 보세구역을 빠져나와 동대문상가 등으로 흘러가게 될 것을 우려한다. 명품브랜드가, 유통파워가 뒤처지는 중소사업자에겐 자기 물건을 쉽사리 내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 팀장은 “그런 점에서 면세점사업은 대기업 중심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