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23일 서울 마포 연구원에서 연구원과 경제개혁연대ㆍ경제개혁연구소가 함께 여는 합동토론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국가미래연구원-경제개혁연대 합동토론회 주도한 김광두 원장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세력이 우리사회의 진영논리를 깨고 변화와 개혁을 이루기 위해 힘을 합쳤습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은 23일 서울 마포 연구원에서 <한겨레>와 만나 연구원과 경제개혁연대·경제개혁연구소가 공동으로 30일부터 매달 한번씩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를 주제로 합동토론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한국경제의 화두인 재벌문제를 시작으로 금융, 조세, 노동 등 우리사회의 핵심쟁점들을 계속 다뤄갈 계획이다.
연구원은 김광두 원장이 중심이 되어 2010년 말 ‘개혁적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설립된 ‘독립적 민간 싱크탱크’다. 김 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에 참여해 공약을 만드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최근 “나를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경제개혁연대는 1997년 설립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후신으로 소액주주 권익보호,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부의 재벌·금융정책 감시 등을 주된 활동으로 하는 개혁진보성향의 경제전문단체이고, 경제개혁연구소는 그 자매기관이다.
30일부터 매달 합동토론회 열기로
첫 주제 재벌문제 6차례 집중 논의
“토론으로 오해·불신을 제거하고
상호 이해·합의 기반 넓힐 수 있어
큰 이슈 발생땐 공동의견 낼 수도”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의 취지는? =한국경제는 위중한 국면이다. 저성장, 양극화, 청년실업, 경제적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등 미증유의 구조적 난제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보수와 진보는 각각의 교조적 진영논리를 재생산하고 판매하느라 바빴다. 이래서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 우리사회의 갈등구조가 심한 것은 소통부족 때문이다. 소통만 되면 갈등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지식인들부터 소통하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개혁적 보수인 연구원과 합리적 진보인 경제개혁연대·경제개혁연구소가 힘을 합치기로 했다. -어떻게 성사됐나? =오래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다. 경제개혁연대와 경제개혁연구소는 그동안 꾸준히 연구활동를 해오며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곳이어서 제안을 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장하성 이사장(고려대 교수)과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이 선뜻 뜻을 같이했다.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참여자들에게는 일종의 사회봉사다. 두 기관 소속의 발표자와 토론자는 무보수다. 외부 참여자도 소정의 수고비만 지급할 계획이다. 사회에 이런 뜻을 제대로 전달하고 사회적 대화 분위기를 만들려면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언론도 보수와 진보 각각 한곳씩 협조를 요청했다. 진보를 대표하는 <한겨레>는 후원에 선뜻 응했는데, 보수 쪽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언론 역시 진영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최근 현안 중에서 진영논리에 갇혀 해결방안을 못찾는 사례를 꼽는다면? =공무원 연금개혁이 대표적이다. 보수는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연금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을 주장한다. 반면 진보는 퇴직 이후 인간적 생활보장이라는 연금의 기본 기능을 강조하며 부자증세를 대안으로 내놓는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연금 혜택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첫번째 주제를 재벌로 잡았는데? =보수와 진보 간에 가장 시각이 대립된 주제가 재벌문제다. 재벌의 폐해를 강조하는 시각과 재벌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시각으로 나뉘어 있다. 재벌문제는 총 여섯번으로 나눠 논의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갈수록 힘이 세지는 경제권력(재벌)과 시장경제 및 민주주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다룬다. 연구원에서 신광식 연세대 겸임교수가, 경제개혁연대에서 김상조 교수가 각각 발제를 맡는다. 이어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사익편취, 경제력 남용과 상생문제, 경영권 승계 등과 같은 세부 주제를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여러 재벌개혁 논의가 있었음에도 실패한 원인을 다룬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엘리엇은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것으로, 다른 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은 엘리엇을 단기차익을 노린 먹튀 자본이라고 공격하는데? =헤지펀드는 속성상 돈벌이가 되면 뛰어든다. 시장개방이 된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엘리엇이 뛰어들도록 만든 틈이 무엇인지 반성해야 한다. 한국기업들이 헤지펀드에 당하는 것을 보면 기분은 나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지배구조 개선 등 내부정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엘리엇이 아니더라도 다른 헤지펀드들이 언제든 들어오지 않겠나? -토론회에서 합의가 쉬울까? =몇차례의 토론만으로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차이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주제와 사안에 대해 어디까지 동의할 수 있는지, 어디서부터 의견이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오해와 불신을 제거하고 상호이해와 합의의 기반을 넓힐 수 있다. 조선 당파싸움의 원인도 소통과 대화부족으로 인한 오해였다. 서로 대화도 안하고 죽이려고만 했다. 첫 토론회는 내가 사회를 볼 계획인데, 상대방 주장이 옳으면 ‘네 말이 맞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토론 결과가 정책으로 이어져야 할텐데.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생각하려고 한다. 꿈이 있다면 진보와 보수의 갈등 때문에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 못하고 싸움만 벌인 주제들에 대해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이 잘되면 새롭게 큰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두 기관이 공동으로 의견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토론회는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 =시한은 없다. 계속할 것이다. -2년 뒤 대통령선거에서 공동으로 정책 제안을 내놓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나? =구체적으로 얘기된 것은 없다. 다만 두 기관 사이에 대화와 신뢰가 쌓이고 공통의 건설적 입장이 마련되면 더 좋은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에는 각 진영의 사람들이 모여 정책을 논의하는 ‘정치박람회’가 있다. 합동토론회가 잘되면 학자들 뿐만 아니라 정치인, 언론인 등이 함께 참여해 한국판 정치박람회가 가능할 것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첫 주제 재벌문제 6차례 집중 논의
“토론으로 오해·불신을 제거하고
상호 이해·합의 기반 넓힐 수 있어
큰 이슈 발생땐 공동의견 낼 수도”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의 취지는? =한국경제는 위중한 국면이다. 저성장, 양극화, 청년실업, 경제적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등 미증유의 구조적 난제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보수와 진보는 각각의 교조적 진영논리를 재생산하고 판매하느라 바빴다. 이래서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 우리사회의 갈등구조가 심한 것은 소통부족 때문이다. 소통만 되면 갈등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지식인들부터 소통하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개혁적 보수인 연구원과 합리적 진보인 경제개혁연대·경제개혁연구소가 힘을 합치기로 했다. -어떻게 성사됐나? =오래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다. 경제개혁연대와 경제개혁연구소는 그동안 꾸준히 연구활동를 해오며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곳이어서 제안을 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장하성 이사장(고려대 교수)과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이 선뜻 뜻을 같이했다.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참여자들에게는 일종의 사회봉사다. 두 기관 소속의 발표자와 토론자는 무보수다. 외부 참여자도 소정의 수고비만 지급할 계획이다. 사회에 이런 뜻을 제대로 전달하고 사회적 대화 분위기를 만들려면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언론도 보수와 진보 각각 한곳씩 협조를 요청했다. 진보를 대표하는 <한겨레>는 후원에 선뜻 응했는데, 보수 쪽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언론 역시 진영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최근 현안 중에서 진영논리에 갇혀 해결방안을 못찾는 사례를 꼽는다면? =공무원 연금개혁이 대표적이다. 보수는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연금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을 주장한다. 반면 진보는 퇴직 이후 인간적 생활보장이라는 연금의 기본 기능을 강조하며 부자증세를 대안으로 내놓는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연금 혜택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첫번째 주제를 재벌로 잡았는데? =보수와 진보 간에 가장 시각이 대립된 주제가 재벌문제다. 재벌의 폐해를 강조하는 시각과 재벌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시각으로 나뉘어 있다. 재벌문제는 총 여섯번으로 나눠 논의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갈수록 힘이 세지는 경제권력(재벌)과 시장경제 및 민주주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다룬다. 연구원에서 신광식 연세대 겸임교수가, 경제개혁연대에서 김상조 교수가 각각 발제를 맡는다. 이어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사익편취, 경제력 남용과 상생문제, 경영권 승계 등과 같은 세부 주제를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여러 재벌개혁 논의가 있었음에도 실패한 원인을 다룬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엘리엇은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것으로, 다른 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은 엘리엇을 단기차익을 노린 먹튀 자본이라고 공격하는데? =헤지펀드는 속성상 돈벌이가 되면 뛰어든다. 시장개방이 된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엘리엇이 뛰어들도록 만든 틈이 무엇인지 반성해야 한다. 한국기업들이 헤지펀드에 당하는 것을 보면 기분은 나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지배구조 개선 등 내부정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엘리엇이 아니더라도 다른 헤지펀드들이 언제든 들어오지 않겠나? -토론회에서 합의가 쉬울까? =몇차례의 토론만으로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차이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주제와 사안에 대해 어디까지 동의할 수 있는지, 어디서부터 의견이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오해와 불신을 제거하고 상호이해와 합의의 기반을 넓힐 수 있다. 조선 당파싸움의 원인도 소통과 대화부족으로 인한 오해였다. 서로 대화도 안하고 죽이려고만 했다. 첫 토론회는 내가 사회를 볼 계획인데, 상대방 주장이 옳으면 ‘네 말이 맞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토론 결과가 정책으로 이어져야 할텐데.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생각하려고 한다. 꿈이 있다면 진보와 보수의 갈등 때문에 정책이 제대로 만들어지 못하고 싸움만 벌인 주제들에 대해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이 잘되면 새롭게 큰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두 기관이 공동으로 의견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토론회는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 =시한은 없다. 계속할 것이다. -2년 뒤 대통령선거에서 공동으로 정책 제안을 내놓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나? =구체적으로 얘기된 것은 없다. 다만 두 기관 사이에 대화와 신뢰가 쌓이고 공통의 건설적 입장이 마련되면 더 좋은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에는 각 진영의 사람들이 모여 정책을 논의하는 ‘정치박람회’가 있다. 합동토론회가 잘되면 학자들 뿐만 아니라 정치인, 언론인 등이 함께 참여해 한국판 정치박람회가 가능할 것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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