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심벌.
2012년 작성 내부문건서 확인
‘유리한 문항 설계 도모’ 등 명시
문체부 등 반대로 조사는 못해
올해 재추진 설문도 편향성 논란
‘유리한 문항 설계 도모’ 등 명시
문체부 등 반대로 조사는 못해
올해 재추진 설문도 편향성 논란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권 강화를 추진해온 특허청이 3년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이하 지재위)가 진행하려던 관련 설문의 결과를 조작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1일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특허청 내부 문건을 보면 특허청이 설문전문가를 활용해 설문 문항을 편향되게 설계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모집단 선정을 추진하려 한 사실이 드러난다. 당시 설문조사는 실행하지 못했으나, 특허청은 현재 관련 설문을 다시 진행 중이며 이번에도 편향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조정에 대한 전략적 대응방안’이란 제목의 2012년 특허청 내부 보고서를 보면, ‘지재위 설문조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도록 추진’, ‘설문전문가의 조력을 통한 우리 청에 유리한 설문조사 문항의 설계를 도모’, ‘프로그램 발명 관련 다출원 기업을 위주로 모집단의 선정을 추진’ 등 설문조사 결과를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하려 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당시 보고서 작성 과정을 잘 아는 특허청 직원은 “문체부가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특허권 강화를 관철하기 위해 설문조사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도록 짜는 게 당시 내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2005년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특허권을 강화하는 특허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특허는 어떤 ‘물건’이나 ‘방법’의 발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특허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에서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와 오픈넷 등 공개된 프로그램으로 더 나은 개발 환경을 만드는 오픈소스 진영, 스마트개발자협회 등이 반대하고 나섰다. 저작권법으로 이미 보호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특허권 침해 감시까지 강화되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개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당시 지재위가 조정에 나섰지만 특허청과 반대 진영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설문조사조차 진행하지 못했고 법 개정은 좌절됐다. 하지만 특허청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내부 심사기준을 바꿔 ‘프로그램’에 대한 특허 청구도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10월에는 김동완 의원(새누리당)이 특허청의 주장을 그대로 담은 특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 법안의 통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특허청은 이번에 또다시 ‘설문조사’에 나섰다. 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19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설문조사 역시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다. 설문 항목을 보면, ‘특허법 개정안은 소프트웨어 특허 보호 범위를 합리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는 식으로 짜여 있다. 특허청은 설문 구성에 관계 부처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주장했지만, 문체부는 “우리는 해당 설문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소프트웨어를 특허권으로 보호할 경우 개발 환경에 제약이 생겨 개발자들에게 불리한데도 특허청이 특허권 강화를 계속 추진하는 건 자기 밥그릇을 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허청 쪽은 오히려 “문체부가 소프트웨어를 저작권으로만 관리하겠다는 건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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