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8개 대기업이 사활을 걸고 뛰어든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전쟁에서 합동작전을 펼친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과 한화가 웃었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10일 인천공항세관에서 서울지역 대기업 몫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 에이치디시(HDC)신라면세점과 한화그룹 계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HDC신라면세점은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용산 아이파크몰 4개 층에 최소 1만2000㎡ 이상 면적의 세계 최대 규모 도심면세점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양쪽 회사의 오너들이 시내면세점 추진의 전면에 나선 HDC신라면세점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이태원, 용산공원, 남산공원 등과의 접근성과 대형버스로 인한 교통난에 대비한 충분한 주차시설을 갖췄다. 이 회사는 특히 용산역과 철도를 이용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지를 전국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두 회사의 합작으로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사업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호텔신라는 면세시장 독과점사업자라는 약점을 상쇄한 것이 사업자 선정 심사에서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여의도 63빌딩 안에 9900㎡ 규모의 면세점을 차릴 계획이다. 갤러리아는 63빌딩의 연평균 관광객이 320만명에 이르고, 여의도·영등포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 신장률이 연평균 20%를 넘는다고 강조해왔다. 한강유람선 선착장과 수상레포츠 시설, 한강공원, 국회의사당, 노량진수산시장 등과 가깝고, 벚꽃축제와 세계불꽃축제 등 축제와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서울지역 신규 면세점 가운데 중소·중견기업 몫은 하나투어·로만손 등 11개 업체가 합작한 ‘에스엠이즈듀티프리’가 챙겼다. 이 회사는 하나투어 본사인 종로구 인사동을 면세점 입지로 선택했다. 제주지역 신규 중소면세점 사업자는 제주관광공사로 결정됐다. 이날 선정된 사업자들은 6개월 이내에 매장 시설과 인력, 전산 시스템을 갖춘 뒤 관세청으로부터 특허장을 배부받아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초 투자활성화 대책 차원에서 서울과 제주도에 4개 시내면세점 특허를 새로 내주기로 결정했다.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가 나온 것은 2000년 이후 15년 만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특히 유커(중국 관광객)가 빠르게 늘면서 국내 면세점시장 규모는 2010년 4조5천억원에서 올해 9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에 면세점사업을 하지 않던 기업들까지 이번 입찰에 덤벼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