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아무개씨는 지난 2월 ‘휴면계좌 조회’란 단어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자 호기심에 조회를 해보기로 했다. 전국은행연합회 휴면계좌 통합조회(www.sleepmoney.or.kr)에서 공인인증서를 내고 검색하자, 뜻밖에 케이비(KB)국민은행에 예금 11만원이 있었다. 김씨는 국민은행에 통장을 만든 기억이 없어 찜찜했지만 ‘공돈’이 생겼다는 기쁨에 인근 영업점을 찾았다. 신분 확인 뒤 환급계좌를 적어 낸 김씨는 “부모님이 2009년 예금을 들어놓고 잊으신 것 같다”는 직원의 얘기를 들었다. 6년 묵은 11만원은 사흘 뒤 주인을 찾아갔다.
12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각 금융기관에서 김씨 같은 주인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돈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6342억원에 이른다. 이런 휴면금융재산은 돈 주인은 물론이고, 금융기관에도 좋을 것이 없다. 당장 수익으로 잡히지 않는데다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나도 모르는 내 돈을 찾으려면 우선 휴면금융재산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유형은 예금과 보험금이다. 휴면예금은 5년 이상 거래가 없는 은행계좌(우체국예금은 10년)에 든 돈이다. 휴면보험금은 보험계약의 해지나 만기로 발생한 환급금·보험금을 2년 이상 찾아가지 않은 돈이다.
증권계좌에도 잠든 돈이 있다. 6개월 이상 거래가 없는 잔고 10만원 이하 계좌는 휴면증권계좌로 분류된다. 또 증권사에서 주식을 실물(종이주식)로 받아 간 뒤 증자·배당이 발생했는데 찾아가지 않은 주식·배당금도 휴면금융재산에 해당한다. 불특정금전신탁(여러 고객한테서 돈을 모아 주식 등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나눠주는 실적배당 상품) 계좌 중 5년 이상 거래가 없는 경우도 포함된다.
과거에 이런 다섯 가지 유형으로 금융거래를 튼 적이 있다면 어딘가 있을지 모를 내 돈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우선 예금·보험금 대부분은 은행연합회가 운영하는 휴면계좌 통합조회에서 검색된다. 영업점을 방문해도 조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은행연합회 통합조회는 2003년 1월1일 이후 발급된 계좌부터 제공되고, 그 이전에 개설된 계좌나 지급제한 사유가 있는 일부 계좌는 각 은행·보험사 영업점에서만 조회된다. 숨어 있는 예금·보험금을 발견했다면 직접 영업점을 찾아야 한다. 본인 신분증을 내고 환급계좌를 알려주면 늦어도 사흘 안에는 입금해준다.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뱅킹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훨씬 간편하다. 공인인증서로 접속해 계좌 조회 화면으로 들어가면 각 은행·보험사는 지난 4월부터 휴면예금·보험금이 있을 경우 자동으로 알려주는 메시지를 띄워주고 있다. 이후 ‘조회→금액 확인→환급’을 한 번씩 클릭하면 끝난다.
휴면증권계좌와 미수령 주식·배당금은 해당 증권사 영업점을 찾아야 조회 및 환급이 가능하고, 휴면신탁계좌 역시 각 금융기관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다.
사망한 가족의 휴면금융계좌를 알아보려면, 금감원이 운영하는 ‘상속인 금융거래 통합조회 시스템’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곳에선 은행과 제2금융권의 휴면금융재산을 일괄 조회할 수 있다. 휴면금융재산 지급을 신청할 때는 신청서와 상속인 신분증, 사망일이 기재된 기본증명서, 사망자와 신청인의 관계를 입증할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
국외 거주자는 각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은행연합회 통합조회에서 조회할 수 있다. 국내 계좌가 있다면 해당 계좌로 환급받을 수 있지만, 계좌가 없을 경우 공증받은 본인의 위임장을 국내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 대리로 찾아야 한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