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투자책임자 제임스 스미스 대표. 사진 엘리엇매니지먼트 제공
엘리엇 아태 총괄 투자책임자 제임스 스미스 대표 인터뷰
“삼성물산 합병 논란의 본질은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문제입니다. 삼성 경영권 위협론, 국가-투자자 간 소송 제기론, ‘먹튀론’ 등 근거 없는 얘기들은 이를 가리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투자책임자인 제임스 스미스(사진) 대표는 1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공정하지 않은 합병은 굳이 강행할 필요가 없다. 불공정성이 해소되면 물산의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장기투자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스미스 대표는 <한겨레>를 포함해 많은 한국 언론이 인터뷰를 요청했다면서, <한겨레>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것으로 생각해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한 뒤 2001년 엘리엇에 입사했고, 2005년부터 아시아태평양지역 업무를 시작했다.
-엘리엇은 6월4일 삼성물산 주식 339만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하기 전에 이미 773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물산 주식을 갖고 있었고, 합병 반대를 준비했나?
“합병 발표 수개월 전부터 갖고 있었다. 4월9일 물산의 이사진을 만나 합병 소문에 대해 물었을 때, 그런 계획이 없다는 답을 들었는데 한달 반 뒤 합병이 발표됐다.”
-엘리엇에 대한 주된 비판은 단기에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이익을 얻고 떠나는 이른바 ‘먹튀론’이다. 실제 헤지펀드의 특징으로는 단기 고수익 투자가 강조된다.
“우리는 20년 가까이 한국에 투자했다. 아시아 사무실을 연 것도 10년이 됐다. 과거 우리 사례를 보면 대부분 수개월이 아니라 수년간 투자가 이뤄졌다. 내가 엘리엇에서 일한 15년 동안 맡은 프로젝트 중에는 14년간 투자한 것도 있다. 우리가 보유한 7.12%의 물산 주식은 많은 양으로, 먹튀가 가능하지 않다. 먹튀론은 외국인 투자자를 공격할 때 사용되는 무기로, 우리가 처음 당하는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합병이 이뤄지면 대다수 주주들이 손해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제일모직이나 총수 일가가 오히려 먹튀 아닌가?”
삼성물산 합병비율 불공정이 문제
국가-투자자 간 소송·먹튀론 등은
이를 가리기 위한 의도
4월9일 삼성물산 이사진 만나
합병 소문 물었더니 계획 없다더라
이후 한달 반 뒤 합병 발표
엘리엇, 수개월 아닌 수년간 투자
불공정성 해소되면
삼성물산 주식 계속 보유할 것
삼성쪽 주주친화 경영계획
너무 늦었고 실현도 불확실
삼성 만나자고 하면 응할것 -일부 한국 언론은 엘리엇이 삼성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심지어 정부(국민연금)를 상대로 국가-투자자 간 소송(ISD)을 제기할 가능성까지 제기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 한국 언론에 그런 내용이 보도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과거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페루, 아프리카 콩고 등에서의 사례를 근거로 엘리엇이 국가경제나 국민은 안중에 두지 않고 고수익만 추구했다는 비판이 많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도 엘리엇이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고혈을 빼먹는다고 지적했는데? “부실국채 투자는 엘리엇의 전체 투자 중 2~3%에 불과하다. 또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해당 국가의 부정부패 개선 등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다. 국가가 빚을 못 갚을 때 정부의 부패 때문인 경우가 많다. 엘리엇이 활동하면서 그런 것이 드러나니까 지지하는 개인이나 조직이 많다. 콩고의 경우 막대한 석유수입금이 소수 특권층의 사익을 위해 빼돌려진 것을 밝혀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채권투자액을 날리게 된 6만명의 퇴직자들이 엘리엇과 함께했다.” -과거 헤지펀드들인 소버린, 칼 아이칸도 주주가치 제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내걸었는데 대체로 부정적 이미지를 남겼다. 엘리엇은 다를까? “주주가치 제고 등을 강조해도, 반대편 쪽에서는 외국인이 공격한다고 선전한다. 엘리엇이 불공정성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국민연금이 10일 삼성물산 주총에서 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대다수 언론이 보도했다. “우리 생각은 다르다. 국민연금이 찬성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에스에스(ISS)와 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4개 의결권 자문사가 모두 합병에 반대했다.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쪽에 불공정한 합병비율과 삼성전자 주가 하락 등으로 인한 국민연금의 손실액이 2조원(엘리엇 자체 추산)에 달하니, 연금 수령자 350만명을 기준으로 1인당 60만원씩 손해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유사 사례인 에스케이 합병에 대해 이미 반대하지 않았나.” -삼성이 발표한 주주친화경영 계획은 긍정적인 일 아닌가? “개선은 좋은 일이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실현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한국 언론들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으로 삼성이 주총에서 유리해졌다고 보도하는데? “그 경우를 포함해 모든 시나리오를 따져보면, 초접전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만족할 만한 상황이다. 소액주주들이 불공정한 합병을 막기 위해 주총 표결에 모두 참여하기를 원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연기금과 만나 주주친화경영 방안을 협의했다. 앞으로 삼성이 만나자고 하면 응할 것인가? “안 만날 이유가 없다. 합병 발표 뒤에 삼성에 접촉을 시도했는데, 답이 없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인 1 대 0.35가 불공정하다면서, 공정한 합병비율로 1 대 1.16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의 법 규정은 합병비율을 주가를 기준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 적용이 쉽지 않다. “1 대 1.16의 합병비율은 독립적인 기관이 분석한 것이고, 우리가 제안한 게 아니다. 합병비율이 공정하지 않다면, 굳이 합병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 물산은 80년 가까운 긴 역사에, 직원이 8천명을 넘는 대기업이다. 합병하지 않아도 가치가 오를 것이다.”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승계에 대한 생각은? “승계 필요성을 존중한다. 삼성은 성공한 기업이고, 창업자 가족도 삼성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다만 승계는 공정하고,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추진돼야 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분할 가능성과, 향후 제일모직과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삼성은 매우 크고 복잡한 기업이다. 또 추측을 근거로 말하기는 힘들다.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면서도,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회장에게는 큰 기회가 놓여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공정한 승계와 합병을 추진하면, 삼성은 물론 재벌 전체와 한국 사회가 모두 윈윈하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길을 열 수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정훈 기자 jskwak@hani.co.kr
국가-투자자 간 소송·먹튀론 등은
이를 가리기 위한 의도
4월9일 삼성물산 이사진 만나
합병 소문 물었더니 계획 없다더라
이후 한달 반 뒤 합병 발표
엘리엇, 수개월 아닌 수년간 투자
불공정성 해소되면
삼성물산 주식 계속 보유할 것
삼성쪽 주주친화 경영계획
너무 늦었고 실현도 불확실
삼성 만나자고 하면 응할것 -일부 한국 언론은 엘리엇이 삼성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심지어 정부(국민연금)를 상대로 국가-투자자 간 소송(ISD)을 제기할 가능성까지 제기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 한국 언론에 그런 내용이 보도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과거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페루, 아프리카 콩고 등에서의 사례를 근거로 엘리엇이 국가경제나 국민은 안중에 두지 않고 고수익만 추구했다는 비판이 많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도 엘리엇이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고혈을 빼먹는다고 지적했는데? “부실국채 투자는 엘리엇의 전체 투자 중 2~3%에 불과하다. 또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해당 국가의 부정부패 개선 등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다. 국가가 빚을 못 갚을 때 정부의 부패 때문인 경우가 많다. 엘리엇이 활동하면서 그런 것이 드러나니까 지지하는 개인이나 조직이 많다. 콩고의 경우 막대한 석유수입금이 소수 특권층의 사익을 위해 빼돌려진 것을 밝혀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채권투자액을 날리게 된 6만명의 퇴직자들이 엘리엇과 함께했다.” -과거 헤지펀드들인 소버린, 칼 아이칸도 주주가치 제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내걸었는데 대체로 부정적 이미지를 남겼다. 엘리엇은 다를까? “주주가치 제고 등을 강조해도, 반대편 쪽에서는 외국인이 공격한다고 선전한다. 엘리엇이 불공정성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국민연금이 10일 삼성물산 주총에서 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대다수 언론이 보도했다. “우리 생각은 다르다. 국민연금이 찬성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에스에스(ISS)와 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4개 의결권 자문사가 모두 합병에 반대했다.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쪽에 불공정한 합병비율과 삼성전자 주가 하락 등으로 인한 국민연금의 손실액이 2조원(엘리엇 자체 추산)에 달하니, 연금 수령자 350만명을 기준으로 1인당 60만원씩 손해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유사 사례인 에스케이 합병에 대해 이미 반대하지 않았나.” -삼성이 발표한 주주친화경영 계획은 긍정적인 일 아닌가? “개선은 좋은 일이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실현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한국 언론들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으로 삼성이 주총에서 유리해졌다고 보도하는데? “그 경우를 포함해 모든 시나리오를 따져보면, 초접전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만족할 만한 상황이다. 소액주주들이 불공정한 합병을 막기 위해 주총 표결에 모두 참여하기를 원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연기금과 만나 주주친화경영 방안을 협의했다. 앞으로 삼성이 만나자고 하면 응할 것인가? “안 만날 이유가 없다. 합병 발표 뒤에 삼성에 접촉을 시도했는데, 답이 없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인 1 대 0.35가 불공정하다면서, 공정한 합병비율로 1 대 1.16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의 법 규정은 합병비율을 주가를 기준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 적용이 쉽지 않다. “1 대 1.16의 합병비율은 독립적인 기관이 분석한 것이고, 우리가 제안한 게 아니다. 합병비율이 공정하지 않다면, 굳이 합병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 물산은 80년 가까운 긴 역사에, 직원이 8천명을 넘는 대기업이다. 합병하지 않아도 가치가 오를 것이다.”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승계에 대한 생각은? “승계 필요성을 존중한다. 삼성은 성공한 기업이고, 창업자 가족도 삼성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다만 승계는 공정하고,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추진돼야 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분할 가능성과, 향후 제일모직과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삼성은 매우 크고 복잡한 기업이다. 또 추측을 근거로 말하기는 힘들다.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면서도,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회장에게는 큰 기회가 놓여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공정한 승계와 합병을 추진하면, 삼성은 물론 재벌 전체와 한국 사회가 모두 윈윈하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길을 열 수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정훈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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