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발령·구조조정 금지 등
늦어도 10월 통합 출범 마무리
자산규모서 국민은행 앞서
금융지주로는 2위로 ‘껑충’
늦어도 10월 통합 출범 마무리
자산규모서 국민은행 앞서
금융지주로는 2위로 ‘껑충’
하나-외환은행을 합친 통합은행이 오는 10월 출범할 전망이다. 외환은행노조의 반발로 1년 남짓 교착상태에 빠졌던 하나-외환은행 간 통합 추진이 13일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나금융은 이날 하나-외환은행의 합병 원칙에 대해 외환은행노조와 전격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양쪽의 합의 내용을 보면, 우선 통합법인은 9월 출범을 목표로 하되, 늦어도 10월1일까지는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통합은행명은 ‘외환’ 혹은 외환은행의 영문 약칭인 ‘케이이비’(KEB)를 포함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하나·외환은행 혹은 하나·KEB은행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직원 고용을 보장하되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으며, 임금 및 복리후생 체계는 기존 몸담고 있던 은행의 근로조건보다 낮아지지 않도록 했다. 통합은행은 임금 인상을 할 때 공동 임금단체협상의 합의 결과를 최소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 합병 뒤 2년 동안 인사체계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출신별로 이원화해 운용하고, 이 기간 동안 교차 발령은 당사자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두 은행의 노동조합을 유지하고 분리교섭권도 인정하기로 했다.
이번 노사 합의에 따라, 하나금융은 이날 오전 금융위원회에 합병 예비인가 신청서를 냈다. 예비인가 승인이 나오면 하나금융은 합병결의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통합 사명 등을 정하고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본인가 승인 여부를 30일 안에 결정해야 한다.
하나-외환은행이 합치게 되면, 자산규모 290조원의 거대 은행이 나오게 된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하나은행은 171조3110억원, 외환은행은 118조67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통합되면 국민은행(282조원), 우리은행(279조원), 신한은행(260조원)을 앞서 자산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 된다. 또 지점 수는 945개, 직원 수는 1만5717명으로 늘어나고, 해외지점은 24개국 127곳으로 증가한다. 금융지주 자산 기준으로는 하나금융지주(321조원)가 신한금융지주(347조원)에 이어 2위로 올라서게 된다.
금융권에선 하나-외환은행의 주력 분야가 중복되는 부분이 별로 없어서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소매금융·자산관리·스마트금융에, 외환은행은 외환·기업금융·해외영업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양 은행 간 통합은 하나금융-외환은행노조 간 갈등으로 난항을 겪어 왔다. 앞서 하나금융은 2012년 2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 동안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내용의 ‘2·17 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 그런데 저금리 기조로 은행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이 지난해 7월 ‘조기 통합’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하나금융은 올해 초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 없이 금융위원회에 통합 예비인가 신청을 냈고, 이에 외환은행노조가 낸 합병 절차 중지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여 통합 작업이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법원에 이의 신청을 냈고, 법원은 지난 6월 “통합을 진행해도 된다”고 하나금융의 손을 들어줬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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