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는 최근 안방 장판 밑에서 1만원짜리 지폐 216장을 발견했다. 비상금으로 숨겨둔 돈은 오랫동안 습기에 젖어 일부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한국은행에 교환을 요청했지만, 훼손이 심한 38장은 반액밖에 돌려받지 못했다. 올해 화재 사고가 난 ㄴ회사도 5만원권 지폐 1400여장이 불에 타는 일을 겪었다. 손상이 심한 210장은 반액만 인정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은은 화폐의 앞·뒷면이 제대로 갖춰진 것만 교환 대상으로 보는데, 이 가운데 은행권 면적이 원래 크기의 40~75% 사이이면 액면 금액의 절반을 내준다. 그 이하일 경우에는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은은 부주의한 사용이나 화재 등 사고로 손상, 폐기된 화폐가 올 상반기에만 액면가 1조7341억원어치에 이른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1조6227억원에 견줘 1114억원 늘어난 액수다. 한은이나 금융기관 창구에 훼손된 상태로 들어온 것에다 일반인이 한은에서 직접 교환한 손상 화폐를 더한 것이다.
지폐 형태의 은행권이 1조7330억원으로 99.9%를 차지했고, 주화는 10억원에 불과했다. 1만원권이 액면가 1조4095억원어치로 폐기액의 81.3%를 차지했지만, 장수 기준으로는 1천원권이 1억5천만장(46.5%)으로 1만원권(1억4천만장·45.1%)보다 많았다. 박종남 한은 발권기획팀 차장은 “폐기된 손상 화폐만큼 새 화폐를 만들려면 제작비만 290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일반인이 한은에서 직접 돈으로 교환한 손상 화폐는 액면가 15억8천만원어치로 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3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이 7억8천만원, 주화는 8억원이었다. 은행권 가운데 반액 교환 또는 화폐 무효 판정으로 액면 금액대로 돌려받지 못한 돈이 5천만원이었다.
박 차장은 “손상 화폐는 훼손 정도에 따라 전국 한은 본부나 시중은행, 우체국 등에서 교환할 수 있다. 그러나 고액 현금을 장판 밑이나 항아리 같은 곳에 숨겼다가 훼손될 경우, 개인의 재산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올바른 화폐 사용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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