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흑자 돌릴 수 있다 봐” 해명
‘주인없는 회사’라 회계 느슨 지적
외부 입김 따라 사장 인선 좌우
실적 채우려 미래 손실 반영 기피
‘주인없는 회사’라 회계 느슨 지적
외부 입김 따라 사장 인선 좌우
실적 채우려 미래 손실 반영 기피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경쟁사들과는 달리 ‘남다른 성과’를 뽐냈던 대우조선해양이 알고 보니 약 2조원으로 추정되는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을 미루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왜 대규모 손실을 사실상 숨겨두었던 것일까?
대우조선해양은 16일 “회계처리 방식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과 달랐다”며 “두 회사는 공정이 10% 진행됐을 때 10억원 손실이 났다면, 사업이 끝날 시점엔 10억원의 10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해 충당금(회계상 부채)을 설정했지만 우리는 공정 진행 중에 발생한 손해를 향후 흑자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은 배가 선주한테 인도될 때까지 기본설계→판재 가공(스틸 커팅)→도크공사→진수 등 여러 단계에 따라 수주 대금이 2~3년에 걸쳐 나누어 지급된다. 사업 초기에 손실이 있더라도 배가 인도될 즈음에는 손실이 보전될 수도 있는 게 조선업의 특수성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지금껏 2조원의 손실이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올해 2분기 실적에 이르러서야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는 게 현재 대우조선해양 쪽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육상과 해상 플랜트, 선박 사업에서 1조5천억원 이상을 충당금으로 반영하면서,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 사업의 예상 손실 5천억원가량을 충당금으로 설정해 2013년에 견줘 영업이익이 80%가량 급감했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이 경쟁사에 견줘 상대적으로 느슨한 회계관리를 한 배경에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지배구조의 특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사는 대주주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 정치권과 정부의 ‘뜻’에 따라 사장 인선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누구도 실적 책임 추궁에 휘말리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가 짙다. 지난 2009년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맡고 있으나 적극적인 부실 관리에 나서지 않는다는 평이 나온다. 다른 회사들은 사주가 손실을 미리 털어버리겠다고만 판단하면 단기적으로 실적이 나빠져도 손실을 재무제표에 빨리 반영할 수 있는데, 이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조선업체 인사는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임기 중에 일정한 실적 목표를 채우는 게 인사평가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미래 손실을 회계에 반영하는 것을 최대한 미루려 하는 것”이라며 “이 회사 지분을 매각할 시점을 찾고 있는 대주주 산업은행으로서도 당장 실적이 좋으면 싫어할 이유가 없어 이런 분위기가 강화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처럼 계열사로부터 자금 조달을 할 여지도 없다 보니, 주가에 연계된 실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선 3사가 손실을 안을 수밖에 없는 지나친 저가 수주 경쟁을 자제하고 내실 경영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조선업체 인사는 “2010~2011년 해양플랜트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조선 3사가 값을 무리하게 낮추는 등 출혈경쟁을 한 것도 적자 요인”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날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전날 30%가 폭락한 데 이어 6.51% 내린 81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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