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창고 대개방’…백화점 체면은 어디로?

지난 4월 롯데백화점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 전시장을 빌려 진행한 재고 떨이 행사 ‘블랙쇼핑데이’의 모습. 롯데백화점은 23~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더욱 규모를 키운 재고 떨이 행사를 연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킨텍스에서 23일부터 ‘떨이 행사’
320여개 협력사와 200억원어치 물량 준비
유커 고객 비중 높아 메르스 사태 직격탄
“메르스 등 악재 물리칠 분위기 반전 노려”

롯데백화점이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대규모 ‘떨이 행사’에 나선다.

롯데백화점은 23일부터 26일까지 4일 동안 1만3000㎡ 규모의 킨텍스 제2전시장을 빌려 역대 최대 규모의 재고 털기에 나선다고 22일 밝혔다. ‘롯데 블랙 슈퍼쇼’라고 이름붙인 이번 행사에는 모두 320여개 협력사가 200억원어치의 물량을 준비했다. 롯데백화점은 “소비심리를 자극해 매출 회복에 사활을 건다는 각오로 이 행사를 준비했다. 상반기 메르스 등 악재가 겹쳐 소비심리가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 가운데, ‘대형 쇼핑 박람회’ 개념의 행사로 하반기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에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한 컨벤션센터 세텍(SETEC)에서 ‘블랙쇼핑위크’라는 이름의 떨이 행사를 연 바 있다. 당시 목표 대비 두 배인 60억원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공을 거둔 데 힘입어 이번에 킨텍스에서 행사 규모를 더욱 키운 것이다.

백화점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던지고 창고형 떨이 행사에 나선 것은 실적 악화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매출은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제자리걸음을 하다 4월 전년동월대비 4.8%, 5월 6% 신장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직격탄을 맞은 6월에는 -4.5%로 곤두박질쳤다. 롯데백화점은 다른 백화점보다 중국인 관광객 고객 비중이 높기 때문에 메르스로 인한 타격이 더 컸다. 6월 말부터 본격적인 세일에 돌입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7월 매출(19일까지)은 2.4% 증가에 그치고 있다.

떨이 행사는 매출 신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롯데백화점이 이번 행사에서 목표로 잡고 있는 매출은 60억원이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약 15조원, 월평균 매출은 약 1조2500억원이었다. 60억원의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 미만이다. 롯데백화점 홍보팀 박상우 매니저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기대하기보다는 예전에 하지 않던 행사를 기획해서 고객들이 소비하러 나올 수 있도록 내수활성화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매니저는 “6월에 여름상품을 제대로 팔지 못한 협력사들의 재고 소진에 도움을 준다는 ‘상생’의 의미도 크다. 우리가 대대적으로 행사를 홍보해서 고객들을 모아주고 마진을 최대 6%까지 인하해준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이 이같은 행사를 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롯데백화점이 이번 행사 장소로 빌린 전시장 바로 옆에는 현대백화점 킨텍스점과 지난달 문을 연 이마트타운이 있다. 익명을 요청한 유통업계 종사자는 “세텍에서 연 행사는 롯데월드타워 안전성 이슈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협력사들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었지만, 킨텍스에서 행사를 하는 것은 경쟁사들이 만들어놓은 상권에 숟가락만 얹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행사가 유통 질서를 어지럽혀 장기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유통업체의 임원은 “재고상품을 할인해서 판매하려고 만든 게 아울렛이다. 롯데도 아울렛을 갖고 있는데, 백화점이 재고떨이 행사를 하면 아울렛은 뭘 하라는 것이냐. 백화점의 이미지도 낮아지고 아울렛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신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