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팀장 이상 임원들이 22일 오전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위기 극복을 위한 임원 결의문’을 나눠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사직 등 거취 최고경영자에 일임”
최대 3조원의 손실이 제대로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임원들이 경영 위기에 대해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이들은 사태 해결에 자신의 자리를 걸겠다고 다짐했다.
김열중 대우조선해양 재경부문장(부사장)을 비롯한 팀장급 이상 임원 90여명은 22일 오전 서울 을지로 사옥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결의문을 돌렸다. 결의문을 통해 임원들은 “현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직원들에게 큰 실망감을 준 것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며 “사직을 포함한 거취와 처우 일체를 최고경영자에게 일임하고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 이기주의와 보신주의를 탈피하고, 현장 목소리를 들어 즉시 문제를 해결할 것도 약속했다.
이런 임원들을 마주한 일선 직원들 사이에선 이런 상황이 착잡하다는 반응과 과거에도 비슷한 대처를 했지만 또다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는 냉소적 시각이 교차했다. 지난 2013년 검찰 수사 결과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는 등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자 이 회사 임원 60여명이 일괄 사표를 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인적 쇄신은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3일 2천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11월30일에는 3천억원어치 회사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당장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사를 하는 동안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준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함께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앞서 밝혔다. 손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낸 보고서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부실 정리로 약 2조~3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보게 되면 자본총계는 4조6천억원대에서 2조원대로 급감하고 부채비율은 370%에서 600% 이상으로 급상승하게 돼 추가로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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