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회의 시작 1시간 전 전격 결정
“안건 중 추가 검토할 것 생겨” 해명
진위 여부 둘러싼 의혹 더 커질 듯
‘모그룹’ 현대차 위기관리 실패 지적도
“이사회-경영진 겹쳐 감시 기능 못해”
“안건 중 추가 검토할 것 생겨” 해명
진위 여부 둘러싼 의혹 더 커질 듯
‘모그룹’ 현대차 위기관리 실패 지적도
“이사회-경영진 겹쳐 감시 기능 못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임기 시작 반년 만에 전격 경질한 재경본부장의 사내이사(등기임원) 해임을 안건으로 올린 임시이사회를 돌연 취소했다. 올해 1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김영태 전 재경본부장(전무)은 지난 6월30일 보직 해임되자, 이에 항의해 사내이사 사퇴를 거부하는 등 내분이 격화했다.(▷ 관련기사 : [단독] 재경본부장 반년만에 전격 경질…현대엔지니어링 무슨 일이?)
22일 현대엔지니어링은 아침 8시 서울 종로구 사옥에서 열기로 한 임시이사회를 시작 한 시간 전에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소집을 갑작스럽게 철회한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 올려진 안건 가운데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 발생했고, 이사들 일정이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사회에는 이사 해임·선임과 아울러 이를 승인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등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었다.
앞서 김 전 재경본부장은 “2014년 말 결산에 중대한 오류(분식회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결산엔 문제가 없으며, 김 전 본부장의 이사 해임 안건을 논의할 이사회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지난 20일 밝힌 바 있다. 이사회가 갑작스레 취소되면서 이런 주장을 둘러싸고 의혹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이사회 소집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놓고 현대차그룹이 인사와 위기관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 교체는 그룹 차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민감하게 여기는 재무 분야 최고 임원을 임기 시작 반년 만에 경질하는 일은 극히 드문 경우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대기업 임원은 “현대차는 임원을 갑자기 퇴진시키거나, 다시 부르는 인사를 한다”며 “이런 일방적인 인사 조처를 다들 받아들였으나, 이번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대차 출신인 김 전 본부장이 회사 안팎의 ‘파워 게임’에서 밀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현대차가 4년 전부터 한솥밥을 먹게 된 현대엔지니어링 경영에 본격적으로 개입한 뒤 매끄러운 인사 관리에 실패하면서 내분이 쉽사리 수습되지 않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1년 현대차는 현대엔지니어링 모회사인 현대건설을 인수했다.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이사회 구성원은 회사 경영진과 모회사인 현대건설 임원으로 채워져 있다. 이사회 의장인 김위철 사장과 성상록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 김 전 재경본부장이 사내이사이고,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김종호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은 기타 비상무이사로 돼 있다. 비상장사인 데다가 모회사 임원으로 이사회가 채워져있어서 내부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 외부에서는 물론 직원들도 알기 힘들다. 경제개혁연대 채이배 회계사는 “경영진을 견제·감시해야 하는 이사회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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