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다음 달 초 ‘2015년 세법 개정안’이 나올 예정이다. 세법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에게 영향이 끼치니, 세법 개정은 전 국민의 관심사다. 올 초 ‘연말정산’ 파동에서 보듯, 이해관계자은 세제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만큼 세법 개정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공론화가 필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3일 ‘외국인투자에 대한 조세감면제도 합리화 방안’, 지난 9일엔 ‘기업과세 및 투자지원 제도 합리화 방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한국세법학회도 지난 15일 ‘증여세 과세제도의 합리화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 마련을 앞두고 발표 주제 등을 정부와 논의해 진행했다. 하지만 세 차례나 세법 공청회를 하는 동안 기획재정부 기자 대부분이 이를 몰랐다. 기재부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기재부의 태도는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네 차례 세법 공청회를 했다. 기재부는 사전에 공청회 일정을 기자들에게 알리고, 자료를 제공했다. 당연히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공청회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고 진행되는 만큼, 정부는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적극 요청했다.
올해는 왜 달라졌을까? 기재부 세제실 담당자는 “지난해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공청회 홍보는 주최자인 조세재정연구원과 세법학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세재정연구원은 조심스러워했다. 연구원 담당자는 “우리는 기자단 명단도 없다. 공청회 일정은 홈페이지에 올려놨다”며 “지난해와 올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연구원을 탓하고 있지만, 사실 세법 공청회를 놓고 1년 사이 언론 대응이 달라진 건 연구원이 아니라 기재부다. 기재부는 왜 태도를 바꾼 것일까? 국회와 언론, 이해 관계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부는 다음 달 발표될 세법개정안이 공청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만들었다는 ‘사회적 명분’은 원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주도해 공청회를 하면 ‘정부발표’, ‘정부의견’처럼 오해될 수 있어 거리두기를 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발표할 주제까지 정부와 협조하는 마당에 공청회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공청회를 공청회답게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지, 언론을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올해 세법 공청회는 공론화 기회를 놓쳐버린 꼴이 됐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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