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0.3% ‘성장률 쇼크’
당국선 “메르스·가뭄 탓” 해명
4~5월 생산·투자·수출 내리막
메르스 없었어도 ‘1% 달성’ 불가
당국선 “메르스·가뭄 탓” 해명
4~5월 생산·투자·수출 내리막
메르스 없었어도 ‘1% 달성’ 불가
“1분기 후반에 자산시장 쪽이 회복돼 가면서 시간이 지나면 실물로 옮겨갈 것으로 기대한다. 2분기에 적어도 1% 성장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추경은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다.”(4월24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리도 2분기에 1%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최경환 부총리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면 한국 경제가 ‘뭐가 문제냐’라고 한다.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다.”(5월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수장들은 불과 3개월 전에 이처럼 ‘2분기 1% 성장’을 장담했다. 그러나 실제 성장률은 0.3%에 그친 것으로 드러나, 두 기관의 엉터리 경제전망이 또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빗나간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이라는 돌발변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2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완만하게 회복되던 내수가 예기치 못한 메르스 사태와 가뭄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위축됐다”며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보다 상당폭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가 시작되기 전인 4~5월부터 이미 실물지표는 2분기 성장률 1%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부의 경제전망이 현실과 맞지 않았다는 얘기다.
4월의 산업생산과 투자·수출은 올해 1분기에 견줘 감소하거나 회복세가 미미했다. 5월에도 생산과 투자 모두 내리막이었다. 전산업 생산이 전달보다 0.6%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도 전달보다 1.3% 감소했다. 5월 수출액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9% 감소했다. 월간 수출액 감소율로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9일 올해 수정 경제전망 기자설명회에서 “(애초 올해 성장률을 3.1%로 전망했으나) 가뭄 피해가 0.1%포인트, 메르스 사태가 0.2%포인트대 후반, 순수출이 0.2%포인트가량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추가경정예산 집행으로 0.3%포인트가량 성장률이 높아져, 올해 2.8%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분기 성장률이 급락한 것은) 메르스와 가뭄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구조적 요인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메르스 사태가 시작되기 전인 4~5월에 이미 수출이 마이너스였고, 투자 지표도 점점 내려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홍석재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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