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한겨레 자료사진
‘2015년 컨틴전시 플랜’ 문서 입수
오만 가스시설 등 10개 사업 원가율
사업계획 때보다 결산 때 1.4~64.7%↓
단기간 변동 커 손실 감췄을 가능성
오만 가스시설 등 10개 사업 원가율
사업계획 때보다 결산 때 1.4~64.7%↓
단기간 변동 커 손실 감췄을 가능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주요 사업에서 약 29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을 알았으면서도, 지난해 결산에서 이런 손실을 숨긴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최근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 경영관리실이 2015년 3월 작성한 ‘2015년 컨틴전시 플랜’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 이 가운데 ‘주요 사업 추가 손익 악화 현황’이라고 기재된 서류를 보면, 오만 가스처리시설(MGP) 사업 등 현대엔지니어링이 진행중이거나 완료한 국내외 14개 주요 사업의 원가율이 나온다. 원가율이란 매출액에 견준 공사 원가 비중을 뜻한다. 원가율이 낮을수록 수익이 커지고, 원가율이 100% 이상이면 손실을 본다.
문서에는 세 가지 원가율이 나오는데, ‘사업계획 원가율’은 2014년 10~11월께 2015년 사업계획을 짜면서 예측한 원가율이고, ‘2014년 원가율’은 지난해 12월 말 결산기준 원가율이다. 문서 작성 당시에 추정한 원가율도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 임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내년도 사업계획은 전년도 결산에 앞서 짜는 까닭에 2015년 사업계획상 원가율과 2014년 결산 원가율은 같거나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 하지만 계약금이 약 7천억원이던 오만 가스처리시설의 경우 사업계획상 원가율이 103.5%였으나 2014년 결산 시점에는 91.5%로 축소됐다가, 2015년 3월 문서를 작성할 때 다시 104.8%로 높아진다. 2014년 결산에서만 원가율을 크게 낮춰 잡아, 손실을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 사업을 비롯해 모두 10개 사업의 지난해 결산 시점 원가율이 사업계획상 원가율보다 1.4~64.7%까지 낮았다. 회사는 사업계획 수립 당시 주요 사업 14개의 평균 원가율을 102.6%로 예상했지만 그 뒤 이뤄진 지난해 결산에서는 평균 원가율을 99.1%로 낮춰 잡았다. 올해 3월에 예측한 원가율은 105.6%다. 원가율이 99.1%라면, 102.6%일 때에 견줘 2900억원의 손실이 나지 않은 셈이 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회계사는 “단기간에 이렇게 원가율 변동이 심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은 4084억원이었다.
앞서 지난 17일 이 회사 김영태 전 재경본부장(전무)은 경영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2014년 말 결산에 중대한 오류(분식회계)가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2일 김 전 재경본부장의 사내이사(등기임원) 해임을 안건으로 올린 임시이사회를 시작 한 시간을 앞두고 돌연 취소해, 분식회계 의혹을 증폭시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런 의혹에 대해 “지난해 결산은 회계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며 “문서는 보수적으로 전망한 추정 자료로 회계 결산과는 별개”라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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