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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건설·조선 분식회계 의혹 되풀이 “투자자 피해 예방대책 마련해야”

등록 2015-07-28 20:29수정 2015-07-28 22:24

오랜 기간 공사 진행되는데다
원자재값 변동 등 예측 불가능
업체들 “회계 특성” 항변하지만
고의로 손실 은폐 관행 지적도
“갑자기 손실 반영해 시장 충격”
공시기준 강화 등 제안 목소리
조선과 건설 등 수주산업 기업들을 둘러싼 ‘분식회계’ 의혹이 최근 수년간 거듭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손실 은폐로 인한 투자자 피해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에스(GS)건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현대엔지니어링 등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회사들은 모두 입을 모아 ‘건설·조선업 회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의혹이라고 항변해왔다. 건물이나 배를 만들어 최종 인도할 때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회계처리 방식과는 다른 면이 있다. 수익을 산정하기 위해선 먼저 공사진행률을 구해야 한다. 예컨대 총 공사원가 1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 사업을 진행중인데 올해 30억원의 원가(비용)를 사용했다면 공사진행률(진행률 산정 시점까지 투입된 원가를 총 공사예정원가로 나누는 방식으로 구함)을 30%로 본다. 이 사업을 120억원에 수주했다면, 공사진행률을 반영해 당기에 반영되는 수익은 36억원(120억원의 30%)이며 여기에 비용을 뺀 손익은 6억원이 된다.

그런데 회사가 해당 공사에 총 120억원이 투입될 것을 알면서도 사업 초기에 100억원만 쓰일 것으로 추정한다면, 120억원에 수주한 이 사업으로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제로(0)이지만 일정 기간 수익을 낸 것처럼 꾸밀 수 있다. 회사가 이렇게 총 공사원가 추정액을 늘리거나 줄이면, 손실을 실적에 반영하는 시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개혁연대 이총희 회계사는 28일 내놓은 보고서 ‘건설업 회계처리 관행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서,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6개 회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했다. 2012년 분기별 영업이익을 보면,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5개 업체 영업이익이 4분기에 급감한다. 2013년 4분기에도 대우건설 등 3개 업체가 큰 폭의 영업손실을 냈다. 4분기에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같은 시기 해당 회사별 매출액은 되레 증가했다. 이 회계사는 “분기 실적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고 연간 실적만 공시하는 4분기에 인위적인 이익 조정이 있었다는 의심이 드는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사원가를 너무 낮게 추정하면 미청구 공사가 증가할 수도 있다. 미청구 공사는 회사가 매출로 인식한 금액 가운데 계약 조건 등으로 아직 상대방에게 청구하지 못한 부분이다.

건설·조선업은 사업 규모가 워낙 큰데다 공사가 오랜 기간 진행돼 공사원가를 정확히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원자재 가격 변동 등 예측 불가능한 요소도 많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런 점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손실을 숨기는 게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건설업체 직원은 “투입 예상 비용을 정확하게 측정하지 않고, 실제로 쓴 비용 확인도 어려운 게 업계 현실”이라며 “더구나 임원들이 직을 유지하기 위해 공사원가를 조정해 손실을 일정 기간 보이지 않게 하는 폭탄 돌리기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실회계 문제는 시장의 큰 불안 요소다. 대우조선해양처럼 갑자기 대규모 손실을 실적에 반영할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설업종 담당 증권분석가는 “현재 기업이 내놓는 정보만으로는 손실 은폐 등 위험을 합리적으로 추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주산업 회계처리 관행은 분식으로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므로, 투자자 등 정보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원이 공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계사는 “공사 현장별 원가가 영업경쟁력을 위해 공개할 수 없는 정보라면 일정한 카테고리에 속한 현장들의 원가 수치를 합산해 공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공사원가 예상 금액이 일정한 금액 이상으로 바뀐 경우 변동 금액이나 변동률을 공시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미청구 공사 증가·감소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는 방법도 있다. 매출 증가에 따라 미청구 공사가 늘어난 것인지, 공사원가를 다시 조정해 미청구 공사가 증가했는지 그 원인을 알려준다면 투자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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