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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술·사람 양날개로 ‘아시아 1위’ 도약

등록 2005-10-10 19:07수정 2005-10-11 10:27

금형기계 장비인 ‘핫러너 시스템’으로 아시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유도실업은 중소제조업체도 기술력이 있으면 첨단기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6일 오후 유영희 회장과 직원들이 자사 제품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금형기계 장비인 ‘핫러너 시스템’으로 아시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유도실업은 중소제조업체도 기술력이 있으면 첨단기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6일 오후 유영희 회장과 직원들이 자사 제품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대한민국 희망기업 ① 유도실업

모두들 한국 경제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앞세워 한국은 물론 세계 시장을 누비며 우리 경제의 희망이 되고 있는 자랑스런 기업과 기업인들이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뒤바꾼 ‘대한민국, 희망기업들’의 감동적인 얘기를 통해 한국 경제의 저력을 재확인하고, 우리가 열어가야 할 한국 경제의 밝은 미래를 모색해 본다. 편집자

금형제조기술 특허권만 37개…세계 3위 점유율
“공장이야말로 삶의 터전” 쾌적한 근무환경 자랑

빨간 벽돌 건물 내부는 중국풍의 탁자와 대리석으로 장식이 돼 있고, 은은한 음악이 흐른다. 옆 공장에서 나오는 ‘우~웅’ 하는 기계음이 들리지 않는다면 이곳이 쇳덩이를 깎아내는 금형기계 제조업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경기 화성의 유도실업은 금형기계의 핵심 장비인 ‘핫러너(hot runner) 시스템’으로 국내 시장 70%를 장악하고 있다. ‘핫러너 시스템’은 녹인 플라스틱을 일정 온도를 유지시키면서 통로(러너)를 통해 자동차 범퍼나 텔레비전 등의 모형틀(금형) 안에 흘려보내는 장비다. 온도를 뜨겁게 유지하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채워넣는 작업이 끝나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유도실업이 1985년 국내 최초로 이 시스템을 개발하기 전까지, 금형업체들은 통로의 모양대로 굳어버린 플라스틱 찌꺼기를 없애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 유도실업은 이 기술 하나로 아시아 시장 1위, 세계 시장 3위에 올라섰다. 385명의 직원으로 지난해 76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950억원이 목표다. 미국과 일본, 영국, 브라질 등 세계 14곳에 지사를 두는 등 국외 진출도 활발하다.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핵심기술을 갖추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유도실업은 보여준다. 유영희 회장은 자신을 “세상에서 핫러너 때문에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대우전자에서 처음 핫러너 기술을 접한 그는 1980년 서울 구로동에 1평 남짓한 사무실을 마련하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보조직원 한명 두고 혼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초 공학서적부터 읽고 실험하고… 불도 몇번 냈지요.”

자동설계등 ‘사이버공장’ 갖춰

기술에 확신이 생긴 것은 5~6년이 지난 뒤였다. 그러나 제품 검사에 필수적인 장비를 사지 못해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유 회장은 “정밀한 부분까지 검증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돼 고객들에게 많이 혼났지만, 성실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죽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모든 간부들이 연구개발에 매달리면서 유도실업은 현재 37개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심사 중인 특허도 33개에 이른다. 유도실업의 또다른 자랑은 ‘사이버 팩토리’(cyber factory)다. 주문이 들어오면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자동설계를 하고, 이어 공장의 무인가동 시스템이 설계도면을 받아 365일 24시간 제품을 만들어 낸다. 김명환 기획조정실장은 “기업 건전성과 납품 속도, 생산 능력, 가격 경쟁력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은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유 회장은 1997년 경제위기가 유도실업에는 오히려 도약의 발판이 됐다고 말한다. 환율이 솟구쳤을 때 많은 수출기업들은 제품 값을 내렸지만 유도실업은 끝까지 가격을 고수했다. 유 회장은 “경제위기 다음해에 직원들에게 500% 이상의 성과급을 줬다”며 “가격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품질을 높이는 것이 회사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유도실업의 두번째 경쟁력으로 ‘사람 중시 경영’을 꼽는다. 직원들이 “혼을 녹이는 열정”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고객들도 제품을 인정해준다는 생각에서다. 쇳덩어리를 깎는 일의 특성 탓에 쇳가루가 날리고 기름이 튈까봐, 2800평 공장 내부에 환풍시설과 냉난방 시설을 완벽하게 갖췄다. 뒷산의 산책로에는 연못과 벤치 등 휴식 공간뿐 아니라 작은 골프연습장도 만들었고, 회사 부지 1만6천평 중 7천여평엔 직원 가족을 위한 주말농장과 운동장을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 초에 입사했다는 한 직원은 “중소기업인데다 회사가 지방에 있어 처음엔 망설였지만, 워낙 기업이 탄탄해 보였고 복지 혜택이 많다는 말에 (입사를) 결심했다”며 “가족 같은 분위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주위에서 ‘왜 이런데 돈을 쓰냐’면서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다”며 “직원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일해야만 자신이 ‘최고’로 대우받고 있다는 생각에 결국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기본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정보·지표 직원에 공개

유도실업 매출액 추이
유도실업 매출액 추이
유도실업은 동종 업계 최고의 임금을 자랑한다. 한 직원은 “성과급까지 더하면 여느 대기업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자녀 학자금 지원과 주택자금 대출, 아파트 기숙사 등 각종 복지 혜택도 풍성하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매년 500~1000%의 성과급을 주고 있다. 유 회장은 “내가 사원들을 먹여살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벌어서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도실업은 1990년부터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해 경영정보와 지표를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또 친인척, 학력 차별, 지역색이 없는 ‘3무(無) 회사’ 경영을 통해 믿음도 튼실히 쌓아왔다. 지난 25년 동안 노사 갈등이 한차례도 없었던 것도 이런 바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유도장학재단을 세워 금형을 공부하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학기당 150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있다. 화성/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유영희 회장 인터뷰

“사람돕는 기계 만들고파” 유영희 회장
“사람돕는 기계 만들고파” 유영희 회장
그의 꿈은 힘없고 약한 이들의 손을 어루만져주는 ‘착한 신부님’이었다. 갑작스런 퇴교 명령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의 꿈은 여전히 어려운 이들을 보듬어주는 ‘착한 기업인’이다.

유도실업의 유영희(57) 회장은 “삶의 방향이 바뀌는 과정에서, 도전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일해왔다”고 털어놨다. 그를 이끌어왔던 것은 오기와 도전이다. “83년쯤인가요. 처음으로 대기업 계열사에 물건을 납품하고 어음을 받았습니다. 너무 감동한 나머지 실컷 울려고 그 회사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는데, 화장실이 너무 넓은 거예요. ‘우리 사무실이 이만큼만 돼도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당시 5평도 안 되는 사무실에서 6명이 일했던 유도실업은 현재 1만6천평 공장 터 위에 세워져 있다.

노약자 돌보는 로봇 개발
못다이룬 꿈 ‘착한신부님’
이렇게나마 이루고 싶어

유 회장은 이제 기존 사업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휴먼 서버’(인간에게 봉사하는 자)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여러 분들의 도움과 축복을 받아 돈도 벌었고 기술도 갖게 됐습니다. 이제는 사람에게 돈 벌어주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돕는 기계를 만들고 싶어요. 이런 일은 기술과 자본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유 회장은 유도실업의 계열사인 유도로보틱스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의 ‘인간친화로봇시스템 연구소’와 협력을 맺어 활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로봇을 만들려고 한다. 움직임이 불편한 노약자와 환자의 대소변을 처리하고, 편하게 이동도 시켜주는 자동침대를 개발하고, 힘든 사람이 걸어다닐 때 보조역을 해주는 ‘보행보조 로봇’도 만들고 싶다. 유 회장은 “‘좋은 신부님’이 되고 싶었던 꿈을 이렇게나마 이루고 싶은 것이 마지막 소망”이라며 엷게 웃었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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