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겨레 자료사진
산은, ‘유동성 위기 대우조선’ 구원투수로 나서
부채비율 낮추기 위한 포석…실사 마친 뒤 처방
부채비율 낮추기 위한 포석…실사 마친 뒤 처방
올해 2분기 3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주채권기관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이 최소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보와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우조선은 올해 연말 안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빚이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자체적으로 확보한 유동성과 앞으로 들어올 선수금을 고려하면 충분히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2분기 영업손실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설정한 부채비율 유지의무 조항 때문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대우조선은 아직 만기가 남은 회사채 1조8500억원 가운데 일부에 대해 부채비율 유지의무를 500% 또는 800%로 정해놨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74%인 대우조선의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은 2분기 실적을 반영하면 이런 유지의무 비율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의 자기자본은 올해 1분기 4조5648억원에서 2분기 2조1732억원으로 떨어져 부채비율도 800% 가까이 상승하게 된다. 부채비율 유지의무를 500%나 800%로 설정한 회사채의 채권자들이 당장 상환요구에 나설 경우 대우조선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의 자기자본을 다시 끌어올리면 당장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내 이런 상황은 피할 수 있다. 금융권에선 부채비율을 500% 아래로 맞추려면 적어도 1조원 이상은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 홍보실 쪽은 이와 관련해 “유상증자이든, 신규 대출이든 필요하다면 (대우조선에) 지원을 해야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자금 규모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를 마친 뒤 처방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채권단이 진행하고 있는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 결과가 나온 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의혹은 물론 산업은행의 관리·감독 부실 여부 등과 관련해 회계감리에 나설지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해왔다. 대우조선해양은 모든 경영진이 책임지는 자세로 백의종군하고 부동산과 주식 등 비업무성 자산을 매각하며 각종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에프엘씨(FLC) 등 계열사 매각과 일부 사옥 매각 등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처들도 진행중이다.
김정필 송경화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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