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뒷줄 왼쪽)과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뒷줄 오른쪽)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제48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법 개정안 살펴보니
정부가 6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경제활력 강화와 민생안정, 공평과세를 기본방향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무용 승용차 과세 합리화를 통해 5천억원의 세수를 늘리기로 했지만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인세 인상은 피했다. 기업과 가계에 주는 세제혜택(세금 깎아주기)은 상당부분 확대하거나 유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세법개정으로 더 거둘 수 있는 세수는 연간 1조원에 그친다.
기획재정부 설명을 들어보면, 이번 세법개정으로 연간 1조892억원의 세수가 확충된다. 세목별로는 소득세가 3786억으로 액수가 가장 크고 부가가치세 3135억, 법인세 2398억, 기타 1573억원이다. 이런 세수 확충으로는 빈약한 복지를 확대하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있는 재정적자와 3년 연속 발생한 세수부족을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과세·감면을 줄여 대기업들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빈말이 됐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재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재정규모가 빈약하다는 데 있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쓸 돈은 많아지는데, 세수가 적다 보니 나랏빚이 늘거나 복지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 재정규모가 취약한 것은 세금을 적게 걷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7.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5.8%)보다 7.9%포인트나 낮다.
낮은 법인세 실효세율 손 안대
대기업 세제혜택 축소 미흡
재정적자·세수부족 감당 턱없어
고교 무상교육 공약 또 물건너가
전문가 “세입 이대로 두면
정부 부채 위험해질 수 있어” 고령화 등으로 필수지출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빈약한 세수로 나랏빚은 치솟고 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13년 21조1000억, 지난해 29조5000억, 올해는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되면서 46조8000억원 등 역대 최고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세입기반도 취약한데 정부가 경제성장 전망을 엉터리로 하는 바람에 2012~2014년 3년 동안 세수부족 액수가 22조2000억원에 달했다.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통령의 대표적 교육복지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과 초등 돌봄 확대 사업은 집권 3년이 넘도록 시행조차 못하고 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세무대학원)는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에 갇혀 사실상 세입확충을 방치하고 있다. 세입을 이대로 놔두면 정부부채가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며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달 국회 추경 심의 과정에서 “대기업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중소·중견기업보다 높일 것”이라며 “대기업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대기업에 혜택이 갔던 비과세·감면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여야도 추경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의견으로 ‘세입 확충을 위한 모든 방안(소득세·법인세 등의 정비 등)을 마련 한다’고 합의하는 등 법인세 정비에 공감대를 이뤘다. 그동안 법인세는 실효세율(16%) 자체도 낮은데다 중견기업이 재벌기업보다 실효세율이 높아 형평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실효세율은 총부담세액을 과세표준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들의 실질 세부담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재벌 대기업의 세 부담이 낮은 것은 각종 세액공제 등으로 세금을 많이 깎아주고 있는 탓이다. 이번 세법개정으로 대기업의 세금부담은 연간 4100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친다. 시설투자 세액공제와 업무용 승용자동차 과세 등을 조정해 얻은 세수다. 법인세율을 올리지 않더라도 세금감면 규모가 큰 연구·인력개발비(R&D) 세액공제(2조8502억원)를 줄여야 법인세가 늘어나는데, 이번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세법 공청회에서도 연구·인력개발비 공제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대기업에 세 부담을 늘리겠다고 강조한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은 립서비스로 끝났다”며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알앤디에 투자할 여력도 있고 세액공제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원도 받고 있어 세금혜택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재부 세제실 담당자는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까지 최저한세율이 14%에서 17%로 인상돼 올해부터 법인세 실효세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알앤디 세액공제는 지난해에도 줄여 올해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대기업 세제혜택 축소 미흡
재정적자·세수부족 감당 턱없어
고교 무상교육 공약 또 물건너가
전문가 “세입 이대로 두면
정부 부채 위험해질 수 있어” 고령화 등으로 필수지출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빈약한 세수로 나랏빚은 치솟고 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13년 21조1000억, 지난해 29조5000억, 올해는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되면서 46조8000억원 등 역대 최고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세입기반도 취약한데 정부가 경제성장 전망을 엉터리로 하는 바람에 2012~2014년 3년 동안 세수부족 액수가 22조2000억원에 달했다.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통령의 대표적 교육복지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과 초등 돌봄 확대 사업은 집권 3년이 넘도록 시행조차 못하고 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세무대학원)는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에 갇혀 사실상 세입확충을 방치하고 있다. 세입을 이대로 놔두면 정부부채가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며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달 국회 추경 심의 과정에서 “대기업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중소·중견기업보다 높일 것”이라며 “대기업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대기업에 혜택이 갔던 비과세·감면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여야도 추경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의견으로 ‘세입 확충을 위한 모든 방안(소득세·법인세 등의 정비 등)을 마련 한다’고 합의하는 등 법인세 정비에 공감대를 이뤘다. 그동안 법인세는 실효세율(16%) 자체도 낮은데다 중견기업이 재벌기업보다 실효세율이 높아 형평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실효세율은 총부담세액을 과세표준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들의 실질 세부담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재벌 대기업의 세 부담이 낮은 것은 각종 세액공제 등으로 세금을 많이 깎아주고 있는 탓이다. 이번 세법개정으로 대기업의 세금부담은 연간 4100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친다. 시설투자 세액공제와 업무용 승용자동차 과세 등을 조정해 얻은 세수다. 법인세율을 올리지 않더라도 세금감면 규모가 큰 연구·인력개발비(R&D) 세액공제(2조8502억원)를 줄여야 법인세가 늘어나는데, 이번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세법 공청회에서도 연구·인력개발비 공제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대기업에 세 부담을 늘리겠다고 강조한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은 립서비스로 끝났다”며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알앤디에 투자할 여력도 있고 세액공제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원도 받고 있어 세금혜택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재부 세제실 담당자는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까지 최저한세율이 14%에서 17%로 인상돼 올해부터 법인세 실효세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알앤디 세액공제는 지난해에도 줄여 올해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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