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L투자사 사장 취임 관련
“멋대로 했다며 아버지가 화내”
“멋대로 했다며 아버지가 화내”
롯데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7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신 전 부회장은 출국에 앞서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을 상대로 일본에서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혀, 경영권 분쟁이 쉽사리 마무리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저녁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에스비에스>(SBS)는 이날 출국을 앞둔 신 전 부회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그가 일본에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은 또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와 더불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내 엘(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로 6월30일 선임되고 형제간 공방이 한창이던 지난달 31일에 일본 법인등기부등본에 등기까지 완료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방송 보도를 보면, 신 전 부회장은 이에 대해 “아버지가 동생이 멋대로 엘투자회사 사장에 취임한 것이냐 하시며 화를 내셨다”고 말했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일이 진행됐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은 공항에서 기자들한테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소집 계획이나 아버지의 건강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한국으로 들어온 뒤 9일 동안 신 총괄회장의 거처가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계열사 이사회들을 장악하고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73%를 보유한 일본의 엘투자회사들에서도 대표이사로 선임된 게 확인되자, 경영권 분쟁에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일본에 설립된 롯데홀딩스나 엘투자회사들의 지분구조가 불투명한데다 신 전 부회장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지녔는지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신 전 부회장이 법적 대응 방침까지 밝혀, 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의 롯데홀딩스 사무실에서 아버지를 앞세워 동생 신동빈 회장 등 이사진 6명을 해임하려고 시도했지만, 이튿날 이사회가 오히려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등 역공을 당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우리나라 방송 등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며 동생을 공격했다. 그는 방송을 통해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신동빈 회장 해임 지시서, 아버지와 자신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음성파일과 아버지를 등장시킨 동영상 등을 공개하며 동생의 경영권 승계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제왕적 경영 행태 등이 드러나며 오히려 여론의 역풍에 직면했다. 지난 2일 <에스비에스>와의 인터뷰에서는 3일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이기기 위해 홀딩스 핵심 주주인 광윤사 등을 접촉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3일 신동빈 회장이 한국으로 돌아오자 아버지 곁을 지키며 침묵해왔다. 한편, 롯데그룹 임원은 “신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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