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전국대리운전연합회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다음카카오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업체 사장의 모임인 대리운전연합회는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에 반대한 반면, 기사들의 모임인 대리기사협회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양쪽은 맞불 집회를 열며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대리운전연합회 제공
[토요판] 뉴스분석 왜?
▶ “카톡 왓숑!”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설치자라면 익숙한 메시지 수신음입니다. 이제 “택시 왓숑!”, “대리 왓숑!”이란 신호도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 택시’에 이어 ‘카카오 대리운전’ 사업으로까지 확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찬반 논란이 업계에서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데요. 논란의 속사정과 ‘오투오(O2O) 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짚어봤습니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다음카카오 사옥 앞에서 두개의 집회가 열렸다. 하나는 대리운전업체 사장들의 모임인 전국대리운전연합회가 주최했고, 다른 하나는 전국대리기사협회의 대리운전 기사들이 모였다. 전국대리운전연합회 쪽은 “다음카카오가 막대한 자본과 조직을 바탕으로 대리운전 사업에 진출해 기존 시장 종사자들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비판했고, 전국대리기사협회 쪽은 “기존 대리운전업체의 횡포를 근절할 기회”라며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을 환영했다.
아직까지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낸 적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톡 국내 가입자가 3800만명에 이르고 있어 이전 카카오 택시처럼 한번 시장에 진출하면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업계의 해묵은 갈등, 기술의 발전과 과거 산업구조의 충돌 등 새로운 문제들도 수면 아래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대리기사 “다음카카오 대환영”
19일 새벽 서울 논현동 강남 교보타워 건너편 인도에서 대리기사들을 만나보았다. 이곳은 대리기사들이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이는 집결지 같은 곳이다. 대리기사들만이 이용하는 ‘셔틀 차량’들은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에서 승객을 태우고 서울·경기 각 지역으로 흩어진다. 대리기사 최아무개(65)씨는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에 대한 견해를 묻자 목소리가 커졌다.
“대환영이죠. 지금 대리 상황실(대리운전업체)에서 횡포가 심해. 우리를 인간 취급도 안 해. 나같이 나이든 사람한테는 보험료도 더 뜯어간다니까. 다음(다음카카오)은 아무래도 좀 그렇게 막 횡포를 못 부리지 않겠어?” 강아무개(44)씨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나오기만 하면 다 거기로 이동할 거라고 (기사들이) 그런다니까. 그래서 그런가 요즘 콜센터(대리운전업체) 직원들이 좀 우리한테 친절해졌어요.”
대리기사들은 열이면 열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진출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들이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환영하는 것은 다음카카오의 정책에 매료됐다기보다는 기존 대리운전업체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아직까지 시장 진출 여부나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한 적이 없다.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리기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대리운전업체가 가져가는 높은 중개수수료다. 수도권에서는 대체로 대리비용의 20%를 중개료로 가져간다. 지방에서는 30%까지 떼는 회사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 과천에서 자정 무렵 손님의 차를 서울 반포까지 운전해주고 2만원을 받았다고 했을 때 대리운전 기사는 4000원을 업체에 줘야 한다.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가 고스란히 순수익으로 남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리기사들은 대중교통이 끊긴 시각에 집으로 돌아가기에 대개 셔틀 승합차를 타야 한다. 2000~4000원 정도가 든다. 대리운전업체가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는 보험료 2500원(월평균 6만~8만원)과 휴대전화 앱 수수료 500원(배차 프로그램 이용료. 월평균 1만5000원)이 매일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결국 순수익은 잘해봐야 만원 남짓이다. 출출해서 퇴근길에 밥이라도 한끼 사먹었다가는 빈털터리가 되기 쉽다.
대리운전업체에 불만이 있어도 기사들은 항의를 못한다. 업체들이 배차 프로그램 앱에 록(이용제한)을 걸어 이용을 차단해버리면 기사들은 꼼짝없이 밥줄을 놓는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기사가 배차를 취소하면 평균 500원의 벌금을 물게 하거나, 기사가 돌려받아야 할 보험환급금을 횡령하는 식의 업체 비리도 만연해 있다는 게 대리기사들의 주장이다.
대리운전업체는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해 2003년 이후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업체 3850여곳과 대리기사 8만6000여명이 하루 약 47만건의 서비스를 처리하고 있고, 업계의 연매출액이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분석한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 것에 비해 대리운전 산업은 아직 제도권 영역 언저리에 머물러 있어 일부 업체들의 막무가내식 경영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 대리운전업법은 18대 국회 때부터 발의돼 왔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지금까지도 통과되지 않았다. 대리운전은 불법은 아니지만 정부 당국의 관리사각지대에 있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리업체는 다음카카오 시장 진입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라는 식으로 반발하는데 대리기사들은 골목깡패들을 소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대리운전업체의 횡포를 수없이 고발해왔지만 바뀌기는커녕 문제제기 하는 대리기사들에게 일을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행태만 벌여왔다”고 주장했다.
다음카카오, 카카오 택시 이어
‘카카오 대리’ 진출도 검토중
업계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
대리기사들은 환영하며
“업체의 폭리 근절할 기회” 그러나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O2O 산업’ 급속한 확산으로
업계 생태계가 충격 빠진다
적당한 제어, 상생방안 짜면서
‘슈퍼갑’ 출현 막아야 한다 “10년 지은 밥에 숟가락 얹을 건가” 대리운전업체는 이러한 주장에 반발한다. 수수료 20%가 절대 지나친 금액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최환석 전국대리운전연합회장(전국대리운전25802580 대표)은 20일 “대리기사들과 업체가 상생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감하지만 ‘수수료 폭리’라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콜센터 운영비와 광고비 등을 종합하면 한 콜당 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 중 순수익은 200~300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대리운전 업계는 특성상 배차 프로그램 앱 개발회사의 영향력이 크다. 업계는 보통 ‘로지소프트’나 ‘콜마너’ 등의 배차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특히 로지소프트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일명 ‘로지 연합군’을 형성해 시장을 통제해나간다고 한다. 따라서 로지소프트에 잘못 보이면 연합군에 속할 수 없고 이는 곧 고객 유치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업계 1위인 로지소프트가 대리운전업체 위에서 또다른 갑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로지소프트는 아직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 입장을 내지 않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민기 로지소프트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 반대했다. 송 대표는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업체가 10년 넘게 만들어온 시장에 숟가락 하나만 얹으려 한다. 동네 마트가 만들어온 골목시장을 대형마트가 빼앗아가는 것과 뭐가 다르냐. 좋은 플랫폼을 갖고 있는 업체가 왜 하필 대리운전업에 관심을 갖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2위인 콜마너의 경우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는 반대하면서도 기존 대리업체들이 되돌아볼 점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최경식 콜마너 사업본부장은 “대리기사들이 횡포라고 느낄 만한 업계의 관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콜을 취소했을 경우 무조건 500원씩 수수료를 부과한 것은 부당 수익에 가깝다. ‘허위 오더’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다른 방식을 고민했어야 한다.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두고 무조건 골목상권을 침해당했다고만 주장할 게 아니라 업체들도 기존의 사업 관행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진출하면 대개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이번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두고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눈길을 끈다. 대리운전업법 등을 입법발의하는 등 대리운전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노력해왔던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19일 “다음카카오의 진출이 골목깡패 소탕 기회라는 대리기사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업체들의 부당한 관행을 바꿔보려 노력해왔지만 허사였다. 국정감사장에 로지소프트 대표도 불러봤지만 출석도 안 한다. 대리업체를 규제하고 관리하는 대리운전업법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법천지 상태로 시간만 흘러갔다. 다음카카오가 진출해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들을 한번에 해결해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기사들과 정치권 일부에서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 우호적인 건 적어도 다음카카오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대리운전 영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기존의 대리운전업체들처럼 과도한 폭리를 취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고 국민적 포털업체로서의 사회적 영향력 유지에도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가 소위 업계 ‘골목깡패’들을 정리하고 시장을 장악한 뒤 되레 ‘슈퍼깡패’로 변신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다음카카오가 수수료 20% 이상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지만, 정작 다음카카오는 사업 진출 여부에 대해 밝히길 꺼리고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일 뿐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골목상권 진출? 새 길을 내는 것?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업에 진출하면 기존 사업자들이 타격을 받는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골목시장 진출’이라는 기존 업자들의 주장이 틀린 건 아니다. 그런데 좀 복잡한 지점이 있다. 현재 대리운전업체 운영 방식은 고객이 업체에 전화를 걸면 업체가 중간에서 대리운전자를 연결해주는 형태다. 그러나 다음카카오는 고객이 휴대전화에 설치한 앱을 통해 직접 대리운전자와 접촉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콜센터 인력은 상당 부분 필요 없어지고 대리운전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소비자와 대리운전자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등 일종의 새로운 대리운전 시장이 열릴 수 있다. 다음카카오가 기존의 골목에 그대로 들어가 자리잡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들어 들어가는 셈이다. 어쩌면 전체 이용 인구를 늘릴 수도 있다.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과 관련해 벌어지는 논란은 기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서 비롯된 갈등과 유사해 보이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오투오(O2O: Online to Offline) 산업’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이라는 점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비단 대리운전 업계뿐 아니라 오투오 산업이 커가면서 각계에선 크고 작은 갈등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요식업체에 부과하는 수수료 문제가 논란이 됐던 ‘배달앱’ 업체들도 새롭게 등장한 오투오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시장에 안착한 ‘카카오 택시’나 커피 주문 대행 서비스로 곧 출범할 ‘카카오 오더’도 오투오 산업으로 분류된다. 다음카카오만 오투오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는 메신저인 ‘라인’을 활용해 일본에서 지난 1월부터 ‘라인 택시’를 운영하고 있고 에스케이플래닛도 ‘티맵 택시’ 사업을 시작했다.
다음카카오가 지난해 10월 합병할 때 ‘모든 것을 연결한다’(Connect Everything)고 선언한 것처럼 앞으로 사회 각 부문에서 앞다퉈 오투오 산업이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시장을 지배하던 사업자들과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새롭게 시장을 석권하는 사업자들의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 대리운전업체와 다음카카오 사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오투오 산업이 본격화하며 벌어진 갈등 중 가장 두드러진 다툼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사업자들에게 기술의 발전에 무조건 따라오라며 희생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진보가 특정 집단의 일방적인 희생을 통해 자리잡는 것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 비극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산업화 초기 기계의 도입이 확산하면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자 기계를 부수는 운동을 벌였다. 노동자들 입장에선 당연한 저항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동이었다. 다음카카오에 저항하는 대리운전업자들은 과거 산업화 시기 노동자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업에 진출하면 불가피하게 업계의 승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승자는 패자의 처지에 놓이게 될 기존의 사업주들과 상생하는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며 신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카카오는 현재 일부 대리운전업체와 대리기사 단체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한겨레>에 “카카오 택시를 출범할 때도 기존 시장의 플레이어들과 먼저 협업해 준비하고 진출했다. 다음카카오는 플랫폼(일종의 네트워크 시스템) 사업자로서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려는 것이지 기존 시장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사회 공동체 안에서 이해관계자 양쪽이 함께 만족하는 서비스를 개발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국토해양부는 “대리운전은 현재 자유업종이라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 중개 서비스에 진출하더라도 국토부에 허가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은 아니다. 다만 다음카카오가 진출한다면 지금까지 대리운전 업계의 여러 갈등을 해소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기 바란다”고 밝혔다.
골목은 지켜져야 한다. 새로운 길도 나야 한다. 더 좋은 보도블록이 있다면 그것도 깔아야 한다. 그러나 골목 그 자체가 형성해온 생태계를 일순간 무너뜨리면 누군가는 피해를 입는다. 기술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의 고민과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카카오 대리’ 진출도 검토중
업계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
대리기사들은 환영하며
“업체의 폭리 근절할 기회” 그러나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O2O 산업’ 급속한 확산으로
업계 생태계가 충격 빠진다
적당한 제어, 상생방안 짜면서
‘슈퍼갑’ 출현 막아야 한다 “10년 지은 밥에 숟가락 얹을 건가” 대리운전업체는 이러한 주장에 반발한다. 수수료 20%가 절대 지나친 금액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최환석 전국대리운전연합회장(전국대리운전25802580 대표)은 20일 “대리기사들과 업체가 상생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감하지만 ‘수수료 폭리’라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콜센터 운영비와 광고비 등을 종합하면 한 콜당 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 중 순수익은 200~300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대리운전 업계는 특성상 배차 프로그램 앱 개발회사의 영향력이 크다. 업계는 보통 ‘로지소프트’나 ‘콜마너’ 등의 배차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특히 로지소프트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일명 ‘로지 연합군’을 형성해 시장을 통제해나간다고 한다. 따라서 로지소프트에 잘못 보이면 연합군에 속할 수 없고 이는 곧 고객 유치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업계 1위인 로지소프트가 대리운전업체 위에서 또다른 갑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로지소프트는 아직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 입장을 내지 않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민기 로지소프트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 반대했다. 송 대표는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업체가 10년 넘게 만들어온 시장에 숟가락 하나만 얹으려 한다. 동네 마트가 만들어온 골목시장을 대형마트가 빼앗아가는 것과 뭐가 다르냐. 좋은 플랫폼을 갖고 있는 업체가 왜 하필 대리운전업에 관심을 갖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2위인 콜마너의 경우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는 반대하면서도 기존 대리업체들이 되돌아볼 점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최경식 콜마너 사업본부장은 “대리기사들이 횡포라고 느낄 만한 업계의 관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콜을 취소했을 경우 무조건 500원씩 수수료를 부과한 것은 부당 수익에 가깝다. ‘허위 오더’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다른 방식을 고민했어야 한다.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두고 무조건 골목상권을 침해당했다고만 주장할 게 아니라 업체들도 기존의 사업 관행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진출하면 대개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이번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두고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눈길을 끈다. 대리운전업법 등을 입법발의하는 등 대리운전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노력해왔던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19일 “다음카카오의 진출이 골목깡패 소탕 기회라는 대리기사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업체들의 부당한 관행을 바꿔보려 노력해왔지만 허사였다. 국정감사장에 로지소프트 대표도 불러봤지만 출석도 안 한다. 대리업체를 규제하고 관리하는 대리운전업법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법천지 상태로 시간만 흘러갔다. 다음카카오가 진출해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들을 한번에 해결해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기사들과 정치권 일부에서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 우호적인 건 적어도 다음카카오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대리운전 영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기존의 대리운전업체들처럼 과도한 폭리를 취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고 국민적 포털업체로서의 사회적 영향력 유지에도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가 소위 업계 ‘골목깡패’들을 정리하고 시장을 장악한 뒤 되레 ‘슈퍼깡패’로 변신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다음카카오가 수수료 20% 이상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지만, 정작 다음카카오는 사업 진출 여부에 대해 밝히길 꺼리고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일 뿐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전국대리기사협회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다음카카오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업체 사장의 모임인 대리운전연합회는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에 반대한 반면, 기사들의 모임인 대리기사협회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양쪽은 맞불 집회를 열며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대리기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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