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장축산물시장에서 한우를 고르고 있는 소비자. 한겨레 자료사진
올 추석에 사과와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보다 낮아지고 배와 쇠고기 값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과일 가격 동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역시 ‘추석 시기’다. 올해 추석(9월27일)은 예년보다 빨랐던 지난해(9월8일)보다 19일 늦다. 추석 성수기의 과일 수요는 불변이라고 가정하면 출하량, 즉 공급 쪽 요인이 가격을 좌우하게 된다.
<한겨레>는 추석을 앞두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내는 ‘농업관측월보’(8·9월)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쪽을 통해 올 추석 물가 동향을 미리 파악해봤다. 우선 사과를 보자. 8~9월에 한창 수확·출하돼 추석선물용으로 주로 쓰이는 ‘홍로’의 경우 올해 추석 성수기(추석 전 2주 기간) 가격이 4만5천~5만원선(상품·15㎏·도매가격)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추석 성수기엔 5만5천원, 평년(2010~14년 평균)엔 5만6천원이었다. 지난해 대비 15% 안팎 낮아질 것이란 얘기다. 신유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농업관측센터)은 “올 추석이 지난해보다 늦어 홍로가 100% 출하되고 중생종 양광과 만생종 후지(부사) 품종까지 이 시기에 출하돼 사과값은 예년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추석 성수기 사과 출하량은 5만4천톤으로 지난해 대비 10.4%, 평년 대비 7.3% 증가할 전망이다.
배를 보면, 신고 배의 경우 9월 가격이 지난해보다 높은 3만원(상품·15㎏·도매가격) 안팎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평균가격은 2만5299원, 평년(2009~13년) 9월엔 평균 3만7380원이었다. 올 추석 성수기 배 출하량은 6만39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감소하겠으나 평년에 견주면 10.7% 늘어날 전망이다. 농업관측센터 이미숙 연구원은 “올해 추석 성수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줄어 가격이 조금 오를 것 같다”며 “남부지역 저온 피해로 품질 차이도 생기고 외관상 울퉁불퉁한 배가 많아져 등급 간 가격 격차가 꽤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급기획부 쪽은 “작년엔 추석이 빨라서 배·사과가 영그는 시간이 부족해 성장촉진제를 쓰기도 했고 무더위로 작황도 좋지 않았던 반면, 올해는 날씨도 좋고 정상 출하가 가능해져 태풍만 없으면 추석 과일값은 저렴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우 쇠고기는 어떨까. 농업관측센터는 추석이 낀 올 9~11월 큰 소(1등급) 평균 도매가격을 지육 ㎏당 1만8천~2만원으로 전망했다. 작년 같은 기간(1만4809원)보다 20~30% 높은 가격이다. 한우 사육두수가 올 9월 269만마리(추산)로 지난해 동기(282만마리)보다 줄었고, 추석맞이(8~9월) 도축 역시 전년(7~8월)보다 11.9% 감소한 17만6천마리에 그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를 거라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돼지고기 값은 이번 추석에 작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석을 맞아 돼지 등급판정 마릿수가 증가하면서 올 9월 돼지 지육 가격(㎏·털만 제거하는 ‘탕박’ 도축 기준)은 전년 동월(4939원)보다 낮은 4500~4800원에 형성될 전망이다. 등급판정 마릿수는 올 9월 131만마리(추산)로 전년 동월(121만마리)보다 증가하고, 이에 따라 9월 돼지고기 생산량도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6만9천톤으로 예상된다.
한편, 수산물의 경우 추석 차례상에 흔히 오르는 굴비·조기는 지난해에 견줘 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쪽은 “지난해 가을·겨울부터 올 초까지 어획기에 조기 어획량이 급감했고, 특히 선물용이나 차례상에 쓰이는 씨알 굵은 조기 어획이 크게 줄 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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