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희망제작소가 지난 2월 경기도 안산 경기창작센터에서 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행사에 참가한 청년들이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유리창에 적어둔 모습.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청년세대 가치지향 여론조사
청년 세대가 원하는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이달 초 청년 1500명(만 19~34살)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들은 경쟁과 자율보다는 연대와 협력, 경제적 성취보다는 삶의 질, 위험에 대해 개인보다는 국가의 책임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사회·문화 등 5개 영역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우리 사회의 가치 지향을 물어 점수화한 결과(가치 점수)다. 1점에 가까울수록 진보적 가치를, 7점에 가까울수록 보수적 가치를 더 선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우리 사회 모습은
경쟁과 자율보다 협력과 연대 중시
‘위험 사회’ 국가 책임 높아져야
분배와 성장, 평등과 경쟁은 ‘중립적’
“가치 지향 빠르게 변화…세대갈등 우려도” 구체적 항목별로 살펴보면, 우선 ‘연대와 협력을 우선하는 사회’와 ‘경쟁과 자율을 우선하는 사회’에 대한 가치 점수는 3.71점으로 중간값(4점)보다 낮았다. 입시와 취업을 위한 출구 없는 경쟁 시스템에 놓여 있는 청년들의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삶의 질에 가치를 두는 사회’와 ‘경제적 성취를 중시하는 사회’ 중 어떤 사회를 더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조사 항목 중 진보적 지향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가치 점수 2.75점) 부와 성공을 삶의 목표로 삼아온 기성세대와 달리 자아실현과 행복 등을 중시하는 ‘탈물질주의’로의 변화가 뚜렷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과 국가의 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청년들은 ‘세금을 적게 내는 대신 위험에 대한 개인의 책임이 높은 사회’보다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위험에 대해 사회보장 등 국가의 책임이 중시되는 사회’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았다.(가치 점수 3.29점)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위험과 불안 요소가 갈수록 많아지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 강화 등 국가의 공적 책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분배를 더 중시하는 사회’와 ‘성장을 더 중시하는 사회’에 대한 가치 점수는 3.97점으로 중간 수준이었다. ‘개인의 능력 차이를 보완하는 평등 사회’와 ‘개인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고 경쟁력을 중시하는 경쟁 사회’에 대한 응답 결과도 4.02점으로 중간값에 가까웠다. 저성장과 양극화의 고통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청년세대가 분배와 평등의 가치 못지않게 성장과 경쟁력을 중시하는 현실적·복합적 인식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청년이 지향하는 사회상도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대체로 부모가 부자일수록 보수적 가치 지향이, 가난할수록 진보적 지향이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인 정치 여론조사에서 가난할수록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결과로, 자신의 경제적 지위에 따른 ‘계층 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진보적 가치가 더 강화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40~50대가 되었을 때 바람직한 사회상’을 물었더니, 연대와 협력(가치 점수 3.23), 삶의 질(가치 점수 2.55) 등 5개 항목 모두에서 진보적 가치 지향이 더 강해졌다. 신윤정 청년허브 정책실장은 “청년세대는 성장과 경쟁력 등 기성세대가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가치로는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체감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청년들의 가치를 수용해 우리 사회가 전면적으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것에서 청년 정책을 시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가치관이 변화하는 징후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물질주의 성향이 가장 강한 나라였지만, 청년세대에서 탈물질주의와 분배 지향성이 높아지면서 가치관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성장, 경쟁, 물질주의 등은 한국 사회가 초고속 성장을 한 원동력이었지만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원천이기도 하다. 청년들의 가치 변화는 우리 사회의 변화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가치 충돌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의 소지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hgy4215@hani.co.kr
경쟁과 자율보다 협력과 연대 중시
‘위험 사회’ 국가 책임 높아져야
분배와 성장, 평등과 경쟁은 ‘중립적’
“가치 지향 빠르게 변화…세대갈등 우려도” 구체적 항목별로 살펴보면, 우선 ‘연대와 협력을 우선하는 사회’와 ‘경쟁과 자율을 우선하는 사회’에 대한 가치 점수는 3.71점으로 중간값(4점)보다 낮았다. 입시와 취업을 위한 출구 없는 경쟁 시스템에 놓여 있는 청년들의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삶의 질에 가치를 두는 사회’와 ‘경제적 성취를 중시하는 사회’ 중 어떤 사회를 더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조사 항목 중 진보적 지향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가치 점수 2.75점) 부와 성공을 삶의 목표로 삼아온 기성세대와 달리 자아실현과 행복 등을 중시하는 ‘탈물질주의’로의 변화가 뚜렷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과 국가의 책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청년들은 ‘세금을 적게 내는 대신 위험에 대한 개인의 책임이 높은 사회’보다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위험에 대해 사회보장 등 국가의 책임이 중시되는 사회’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았다.(가치 점수 3.29점)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위험과 불안 요소가 갈수록 많아지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 강화 등 국가의 공적 책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분배를 더 중시하는 사회’와 ‘성장을 더 중시하는 사회’에 대한 가치 점수는 3.97점으로 중간 수준이었다. ‘개인의 능력 차이를 보완하는 평등 사회’와 ‘개인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고 경쟁력을 중시하는 경쟁 사회’에 대한 응답 결과도 4.02점으로 중간값에 가까웠다. 저성장과 양극화의 고통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청년세대가 분배와 평등의 가치 못지않게 성장과 경쟁력을 중시하는 현실적·복합적 인식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청년이 지향하는 사회상도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대체로 부모가 부자일수록 보수적 가치 지향이, 가난할수록 진보적 지향이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인 정치 여론조사에서 가난할수록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결과로, 자신의 경제적 지위에 따른 ‘계층 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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