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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단순히 관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주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른바 ‘제주이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섬(제주)으로 들어와 살려는 사람보다 뭍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9년까지는 제주에 이사 온 사람(전입)보다 이사 간 사람(전출)이 더 많았다. 섬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다. 2010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순이동 인구 규모(전입자에서 전출자를 뺀 규모)가 2010년 437명, 2011년 2343명, 2012년 4876명, 2013년 7823명, 2014년 1만1112명으로 늘었다. 제주도에서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덕분이다. 전체 인구에 견줘 순이동 인구를 보면, 행정부가 내려간 세종시 다음으로 제주도가 많다. 제주의 인구는 2000년 54만2368명에서 지난해 60만7346명으로 6만4978명이나 증가했다.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이유는 각기 다르다. 도시 생활에 지쳤거나,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됐을 수도 있다. 가수 이효리 등 연예인들이 제주에 터를 잡으면서 젊은층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도입된 부동산 투자 이민제도에 따른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도는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이 고시한 지역의 휴양 콘도미니엄, 관광펜션, 별장, 일반·생활숙박시설 등에 5억~7억원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거주 자격 및 영주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제주도는 투자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올 상반기까지 총 1558건의 투자가 이뤄졌다. 제주에 사는 외국인은 2007년 4015명에서 지난해 1만5568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제주에 대한 높은 관심은 출판계 경향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올해에만 15권이 넘는 제주 관련 책이 나왔다. 2008~2010년에는 주로 여행안내서가 나왔다면 2011년 이후부터는 이주안내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제주는 사회·경제적 변화도 겪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 소비, 고용 지표가 활기를 띠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2분기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5.9%(전년 동기 대비)로 전국 평균(2.4%)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제주 서비스업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내내 전국 최고치를 나타냈다. 2분기 소비지출도 전국 평균은 한해 전보다 1.8% 감소한 반면에 제주는 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용도 4.4%(전년 동기 대비) 증가해 전국 평균(1.2%)을 3배 이상 웃돌았다. 그야말로 ‘제주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다. 집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올 8월 제주지역 평균 주택가격은 1억8109만1000원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평균가격(1억6488만6000원)을 넘어섰다. 1년 전만 해도 주택가격은 평균 1억4044만6000원으로 전국 지방 평균보다 낮았다. 범죄도 늘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폭력과 절도·사기·교통범죄 등 검찰 송치 사건이 2만8967건에 달했다. 2011년 2만1657건에 견주면 33.8%나 증가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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